귀농·귀촌 뒤집어보기 (31)창업자금은 갚아야 할 빚이다

입력 : 2018-06-13 00:00 수정 : 2018-06-29 14:54

시설하우스에 막대한 투자 하기 전 농촌생활 충분히 경험한 뒤 결정해야

 

도시에서 시골로 삶터를 옮기고 농사를 통해 생업을 해결하려는 이들에게는 비빌 언덕이 두곳 있다. 하나는 창업자금이고, 다른 하나는 주택자금이다. 둘 중 한가지라도 받으려면 100시간 이상 귀농교육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영농에 종사한 증빙이 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부대조건이 몇가지 더 있기는 하지만 두 자금은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자금들은 위험성도 갖고 있다. 필자가 20년 넘게 시골에 살며 그래도 잘해온 것은 현재 갚아야 할 빚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 부부도 자금을 받았지만, 한도까지가 아니라 딱 모자란 만큼만 썼다. 그래서 아직 빚에 짓눌리거나 ‘갚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한해의 수입을 생각이 아니라 경험으로 터득한 까닭에 기한 내 감당할 정도만 썼기 때문이다. 또한 빚은 빨리 갚을수록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기에 가외의 수입이 생기면 가장 먼저 빚 갚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요즘 귀농 후배들의 행보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필자의 생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을 비교적 자주 봐서다. 바꿔 말해 앞뒤 재지 않고 자금을 거의 한도까지 당겨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논 두구간을 한꺼번에 사들여 고설식 딸기 하우스를 5~6동 짓는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바라지만, 이럴 경우 살림집을 합쳐 비용이 4억원 이상이 든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농촌에 오자마자 일부터 덜컥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귀농 관련 자금이 만 5년 차까지만 해당하는 일종의 혜택임에는 분명하지만, 100시간 교육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농촌에서 일정 기간 살아보지도 않고 내려오자마자 빚을 지는 행위를 마다하지 않는다. 더욱이 창업자금이 특정 품목에 집중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 나중에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당장 우리 지역만 해도 10명의 신청자 중 3명 이상이 고설 딸기로 몰렸고,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버섯 재배나 곤충 사육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그 때문인지 최근 몇개월 사이 필자에게 시설하우스를 팔아달라는 의뢰가 2건이나 들어왔지만, 선뜻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호가가 수억원에 달하는 데다 팔려는 이가 시설이 일반 건물과는 달리 감가상각이 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탓이다. 즉, 지을 때는 큰돈이 들어가지만, 사정이 생겨 1년 뒤에라도 팔려고 내놓으면 그 값을 주고 살 사람이 거의 없다. 결국 버티다가 더 큰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농촌의 냉혹한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금 신청자는 갈수록 늘어 그에 따른 지원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관계 당국에서도 담당 주무관의 판단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올해부터는 위원회를 꾸리도록 해 심사를 강화했다. 필자도 지역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첫 심사에 앞서 제출 서류뿐만 아니라 대면 심사를 요청해 신청자에게 입사 면접처럼 궁금한 점을 물어왔다. 예를 들어 사업계획의 타당성, 예상 수익의 근거, 보유자산, 변제 계획 등등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에 돈을 내주는 금융기관과 겹치는 질문일 수 있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자금을 운용하라는 애정이 어린 물음들이다.

나아가 때로는 경험과 전망을 토대로 농업·농촌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귀담아듣지 않고 어디서 접했는지도 모를 막연한 예상 소득과 사업전망에 대한 확신으로 자기주장을 되풀이하는 후배들을 보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농촌에서의 생각과 현실은 도시보다 간극이 클 수 있다. 아직 작동원리를 파악하지 못한 초보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 때문에 거액의 창업자금은 빛이 아니라 갚기 어려운 빚이나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최소 3년은 보내고 도전하라. 그래도 신청 기한은 남아 있다.

이환의<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전국귀농운동본부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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