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최첨단 스마트팜 꿈꾸는 열정의 새싹 농부

입력 : 2018-06-13 00:00
청년농부 조재강씨가 막바지 오이 수확에 한창이다. 사진=김덕영 기자

[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농부로 전직한 IT 프로그래머 조재강씨 <충남 공주>

연로한 부모님 돕다보니 열악한 농장시설 눈에 들어와

운반레일 등 시설 개선 추진했지만 농사 기본 부족…생산성 변화 미미

재배교육 받고 이웃과 소통하며 스마트팜 센서 활용 생육 환경 연구
 


피 끓는 청춘에게 농촌은 너무 좁은 세상이었다. 조재강씨(35·충남 공주시 우성면 목천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인 공주를 떠나 천안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취업을 하면서 서울이란 대도시에 발을 디뎠다.

“컴퓨터공학 전공을 살려서 금융 정보기술(IT) 프로그래머로 일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생활은 집·회사·술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온종일 일과 사람에 치이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서글프기도 하고,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2013년 결국 4년여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둔 그는 잠시 쉴 요량으로 고향에 내려와 오이와 토마토 농사짓는 부모를 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완전히 농촌에 눌러앉아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농부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농장일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데 농사를 돕다보니 많은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농장시설이 열악한 데다가 농사방식도 주먹구구식이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빚까지 쌓여 있었지요.”

연로한 부모가 이대로 농장을 끌어간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게 불 보듯 뻔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안 이상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농장을 맡은 그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토마토농사를 정리하고 오이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이농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노후화된 시설의 개선과 보강이었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려는 아버지와 부딪치기 일쑤였지만, 일손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려면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닐하우스에 오이 운반 레일과 보온다겹커튼 같은 시설들을 설치하고, 선별작업 등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작업장을 넓혔다. 시에서 ‘청년 농업인 창농 공모사업’ 지원을 받아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환경모니터링·원격제어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땐 농장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에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서 정작 농사의 기본은 도외시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작업환경을 바꿔도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었지요. 그제야 돈 잘 버는 농사꾼보다 농사를 잘 짓는 농사꾼이 되는 게 먼저란 걸 깨달았어요.”

오이농사의 기본에 충실하려면 배움이 필요했다. 이웃 농가의 오이와 비교하며 자신의 농사방식이 가진 문제점을 찾고 교육기관에서 재배교육도 받았다. 네덜란드나 중국·일본 등의 농업을 배우는 해외연수에도 부지런히 참여하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전부 빨아들였다.

그렇게 서툰 농사일에 공부까지 하다보니 귀농 후 살이 10㎏이나 빠졌다. 그러나 정작 몸보다 더 힘든 건 마음이었다. 우울증이 찾아온 것이다.

“귀농한 지 1년쯤 됐을 때였어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기대한 만큼 성과도 나오지 않고, 빚을 해결하느라 수중에 돈도 없었어요. 농사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죠. 그렇게 1년 반 정도 멍하니 무기력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서울로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할 사람이 없었다. 어떻게든 털고 일어나야 했다. 운동도 해보고 4-H 회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다. 이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농부들과 서로 공감하고 소통한 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암흑기를 극복한 그는 올해 9동이던 비닐하우스를 11동으로 늘려 시설현대화를 추진 중이다. 비닐하우스 한동에 스마트팜 센서를 설치해 오이 생육에 최적화된 온도나 토양 상태 등을 찾는 실험도 하고 있다.  

“저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노동력을 덜 쓰는 농사를 짓고 싶어요. 일손이 너무 부족하기도 하고요.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나가 훗날엔 네덜란드처럼 최첨단 시설하우스를 갖췄으면 좋겠어요. 그럼 언젠간 농부들도 정시 출퇴근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공주=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