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호기심 많던 군인, 농장에 ‘꽂혔네’

입력 : 2018-05-16 00:00
쌍별귀뚜라미와 갈색거저리·굼벵이에다 농작물까지 키우는 청년농부 임승규씨의 하루 일과는 늘 빡빡하다.

[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곤충 사육·체험장 운영하는 임승규씨 <강원 원주>

공군 부사관 8년 동안 근무하다 개구리 사육 위해 원주로 귀농

쌍별귀뚜라미로 종목 바꾼 후 곤충체험학습장도 운영

농작물 재배·개구리 질병방제 등 다양한 분야서 도전 멈추지 않아
 


“너 미쳤어?”

8년간 공군 부사관으로 복무 중이던 임승규씨(34)가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젊은 나이에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그는 주저 없이 고향인 강원 원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게 어느덧 6년 전 일이다.  

“원래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하고픈 게 참 많았어요. 군인도 그중 하나이긴 했지만 언젠간 창업을 하리라 벼르고 있었죠. 다양한 창업 아이템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게 어릴 때 먹어봤던 식용 개구리였어요. 찾아보니 개구리를 사육하는 농가가 있길래 그때부터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죠.”

개구리에 꽂힌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3년간 짬날 때마다 귀농 준비를 했다. 개구리 사육농가에서 기술을 익히고 농지와 기반시설도 하나씩 마련했다. 덕분에 2012년 전역한 후 바로 개구리농장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 키우기 시작한 것이 북방산개구리와 개구리 먹이인 쌍별귀뚜라미였다. 1년 반 동안은 개구리에 거의 미쳐 살았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농장에 박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식용 개구리를 찾는 개인이나 식당이 많아 판매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농업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 만무했다. 당시 체계적인 북방산개구리 사육기술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개구리를 키우다보니 이러한 맹점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특히 개구리에게 질병이 닥쳤을 때 이렇다 할 처방법이 없어 집단 폐사에 이르기도 했다. 그대로 개구리농장을 끌고 가기엔 위험부담이 컸다. 바로 이때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 길이 쌍별귀뚜라미 사육이었다.

“귀농일지를 써놓은 제 블로그를 본 사람들이 개구리 먹이용으로 키우고 있는 쌍별귀뚜라미를 팔라며 연락해오더라고요. 한두명에게 판매했더니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주종목을 쌍별귀뚜라미로 바꿔도 되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다시 쌍별귀뚜라미 공부에 밤낮을 쏟은 그는 기술교육을 해준 농가에 되레 좋은 생산법을 알려줄 정도로 금방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중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 크고 튼튼한 귀뚜라미를 키워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사람과곤충’ 농장의 귀뚜라미 품질이 좋다보니 사육 방법을 물으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2017년에만 840여명이 농장을 다녀갔다고.

그는 현재 1553㎡(470평) 규모의 농장에서 쌍별귀뚜라미와 갈색거저리·굼벵이를 키우고 곤충체험학습장을 운영한다. 쌍별귀뚜라미는 파충류와 조류·양서류·어류의 먹이용뿐만 아니라 사람이 먹는 건조·분말 형태로도 공급한다. 각종 플리마켓이나 행사장, 온라인 직거래가 그의 주요 판매 무대다.

 

‘사람과곤충’ 농장 전경.



“쌍별귀뚜라미가 간 보호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한약방에서 환이나 즙을 만들기 위해 주문하곤 해요. 분말은 조미료 대신 사용하기 좋고요. 육류를 먹지 않는 이들이 단백질 보충원으로 귀뚜라미를 구입하기도 하지요.”

엄격한 규율을 지키던 군인에서 농부가 된 그가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부분은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쌍별귀뚜라미를 1령에서부터 성체인 7령까지 키우는 데는 27일 정도가 걸린다. 사계절 내내 이 사육과정을 반복하지만 이제 일이 손에 익은 그가 곤충을 돌보는 시간은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다. 남는 시간을 쪼개 쓸 수 있다보니 그는 그간 해보고 싶었던 일에 맘껏 도전하며 산다. 운전을 좋아해서 한땐 밤에 운수업을 하기도 했고 요즘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협업해 배·고구마 등 다른 농작물도 재배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해온 개구리 질병 방제연구를 바탕으로 조만간 북방산개구리도 다시 키울 예정이다.

“앞으로 더 건강한 곤충을 키우고 다양한 먹거리를 만들어서 국내 곤충식품산업이 활성화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의 곤충 생산방식은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세계 각국에 제가 키운 곤충을 수출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보려고요.”

원주=하지혜,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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