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村), 새 삶을 열다] “청년들 모이는 시골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하죠”

입력 : 2017-12-06 00:00 수정 : 2017-12-07 10:10
장동범씨가 시골 청년창업의 산실로 바꾼 폐교(은척중학교 아산분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촌(村), 새 삶을 열다] 시골 청년창업 후원하는 장동범씨 <경북 상주>

지병으로 귀촌 후 지내보니 고령화된 마을 미래 걱정돼

청년들 시골서 창업하고 정착하도록 이끌어

조카 도와 사회적 기업 설립 배냇저고리 판매 나서

주민과 청년들 가입한 ‘청년이 그린 협동조합’ 발족 경험 나누며 성공 사업 연구
 


“시골에는 청년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제 경험을 그들과 나누고 그들을 주민들과 이어주는 일이 제 역할입니다.”

장동범 ‘청년이 그린 협동조합’ 대표(56)의 최대 관심사는 ‘청년’이다. 구체적으로는 청년들이 시골에서 창업하고, 시골에 정착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가 애초부터 청년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시기로 따지면 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리로 귀촌한 이후였다. 장 대표는 대기업에서 14년 동안 근무했고, 이후 서울에서 회사를 창업해 10년가량 경영했다. 자리를 옮겨 한 교육 관련 회사에서 3년 정도 경영부문 대표도 맡았다. 물론 30대부터 ‘자녀들이 다 크고 나면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리라’는 꿈을 꾸던 장 대표였다.

“간경변증이 찾아왔어요. 배에 복수가 찰 만큼 증세가 심했죠. 2012년 경영 대표를 그만두고 병원에 1년이나 입원했을 정도였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우연치고는 참 신기해요. 시골 말고는 딴생각 못하게 병이 오지 않았나 싶어요.”

2014년 시골로 내려왔지만 장 대표는 두문불출했다. 몸이 아픈 탓에 한 2년 동안 도 닦듯 지냈단다. 텃밭 가꾸고, 겨울엔 나무 패는 데 재미를 느끼며 나름대로 시골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장씨(오른쪽)가 사회적 기업 ‘이안’ 대표인 이신서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던 중 장 대표를 세상으로 끌어낸 일이 생겼다. 집과 가까운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발전소 건설이 시작된 것. 아름다운 자연을 해치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우려 때문에 장 대표는 주민들과 반대운동에 나섰다.

“반대운동에 함께한 주민들이 고맙더라고요. 저도 주민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주민의 집에 가보니 아이들의 책상이나 책이 없더군요. 공부를 하지 않았던 거죠. 그때부터 초·중학생 두명을 집으로 불러 가르치는 공부방을 운영했습니다.”

그때가 3년 전이었다. 그리고 6개월 후, 마을에 있는 폐교인 은척중학교 아산분교를 빌려 그곳에 공부방을 차렸다. 장 대표는 영어나 수학을 가르쳤고, 지역의 재능 있는 인재들을 불러 음악 등도 가르쳤다. 공부방 일을 하면서 장 대표가 본 마을의 현실은 심각했다. 주민의 70% 이상이 70세가 넘었다. ‘10년, 20년 후에는 누가 마을에 남아 있을까.’ 절박함이 장 대표를 사로잡았다.

“그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마을엔 빈집뿐일 테고, 그러면 저 혼자 살게 되지 않을까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저에겐 중요한 화두였어요. 답은 ‘내가 아닌 지역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장 대표는 청년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도시에선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시골에서는 청년이 없어 심각하니 이를 조화롭게 연결하면 되겠다 싶었다. 장 대표 자신의 풍부한 회사경영 경험도 활용할 수 있었다.
 

장동범씨 조카인 이신서 ‘이안’ 대표가 만든 배냇저고리.


첫 창업의 주인공은 장 대표의 조카였다. 디자인 등 여러 재능을 겸비한 조카에게 장 대표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인근 함창읍은 예부터 명주로 유명한 고장. 여기서 나는 명주로 배냇저고리 등 여러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조카인 이신서씨(24)는 사회적 기업 ‘이안’을 설립해 최근 배냇저고리 판매에 나섰다.

이런 일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청년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급기야 올 9월에 장 대표를 비롯한 주민 2명과 청년 12명이 가입한 ‘청년이 그린 협동조합’이 출범했다. 현재 폐교에서 일하는 7명 가운데 4명은 폐교의 관사에서, 3명은 마을 인근에서 지내고 있다. 관사를 숙소로 장만해준 이도 장 대표다. 나머지 5명은 내년에 합류할 예정이다.

“청년들은 사업 경험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 경험을 나누는 거죠. 1주일에 한번씩 회의를 하며 사업 아이디어부터 마케팅·고객관리까지 같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 대표의 희망은 창업한 청년들이 성공하는 것과 이를 계기로 전국의 시골에 더 많은 청년들이 정착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장 대표는 오늘도 청년들과 고민하고 토론하고 있다.

상주=강영식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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