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책] 전세계 술의 역사 ‘한모금’…한국의 음식 역사 ‘한숟갈’

입력 : 2020-11-20 00:00 수정 : 2020-11-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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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탐나는책 248쪽/1만6000원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

와인·브랜디의 발자취 파헤치고 맥주·럼 등 술의 변천사도 담아

 

모르는 곳을 나서는 길엔 이정표 하나쯤 챙겨야 하는 법이다. 어떤 곳을 찾아가는지 목적이나 방향을 알아야 갈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고 무던히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역사를 살펴볼 때도 이같은 방법은 곧잘 유효하다. 망망대해와 같은 역사를 흥미를 갖고 살펴보려면 보다 관심 있는 주제를 이정표 삼아 한걸음씩 내딛는 방식이 좋다.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와 <백년식사>는 이처럼 역사를 살펴볼 이정표가 돼줄 신간들이다.


<처음 읽는 술의 세계사>는 인류가 술을 만난 순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알기 쉽게 풀이한 역사서다. 저자는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등을 집필했던 미야자키 마사카츠 전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수로, 그간 특정 대상을 통해 세계사를 탐구하던 그의 시선이 이번엔 인류의 오랜 친구인 술에 닿았다. 종류의 다양성만큼이나 서로 다른 발자취를 지닌 술의 역사를 파헤쳤다.

책에선 술과 얽힌 세계사의 시기를 다섯개로 구분했다. ▲수렵과 채집 시기 ▲농경의 시작과 도시 출현 시기 ▲유라시아 여러 문화간 교류 시기 ▲신대륙 발견 이후 대항해 시대 ▲산업혁명 이후 시기 등이다. 이같은 시대 분류에 따라 새로운 술이 탄생했고 같은 술이라도 형태와 소비문화가 확연히 달라졌다. 가령 수렵·채집 시기부터 인류와 함께한 와인은 장거리 운송이 시작되기 전까지 포도 산지로 그 문화가 국한된 지엽적인 술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대항해 시대를 만나며 소비가 확산했고, 이후 와인의 부패를 억제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과실주를 끓여 증류한 브랜디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고급술 중 하나로 인식되는 브랜디. 이 브랜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땐 그 지위가 현재 우리나라의 초록병 소주와 비슷했다고 한다. 또 먼 옛날 농경사회 곡물주의 대표 주자로 탄생했던 맥주. 인류와 함께한 이 맥주 가운데 우리에게 익숙한 라거류는 그 나이가 단지 수백년에 불과하다. 이밖에 보드카·럼·위스키 등 다양한 술의 탄생과 변천사가 담겼다. 책을 펼쳐 들면 오늘 마실 한잔 술이 어제의 그것과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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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식사 주영하/휴머니스트 352쪽/2만원

백년식사

19세기말∼21세기초 식생활 해석 세계 입맛 잡은 ‘K-푸드’도 조명

 

<백년식사>는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최근 펴낸 책이다. 조선이 개항한 1800년대 후반의 식탁부터 국경이 사라진 최근의 식품체제까지, 19세기말∼21세기초 급변한 근현대사 흐름 속에서 점차 바뀌어온 우리의 식탁과 식생활을 담았다.

한국 근현대사에 얽힌 음식사는 결국 세계화로 인해 변모한 우리 입맛의 일대기를 살펴보는 과정이다. ▲외국 문물을 접하기 시작한 개항기 ▲이후 30여년간 지속된 일제강점기 ▲해방 후 발발한 한국전쟁 ▲이윽고 마주한 냉전 시대 ▲이어 진행된 국가 주도의 산업화 시기 ▲끝으로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전면적인 세계화 과정까지. 저자는 이렇게 나눈 여섯개의 시기 가운데 산업화에 이르는 기간까지는 우리 음식문화가 세계 식품체제에 편입되는 과정이었다고 해석한다. 이어 그렇게 진화한 우리의 입맛이 최근엔 ‘K-푸드’라는 이름으로 외국의 식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책의 특징은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다양한 사료를 통해 우리의 음식사를 조명한다는 점이다. 개항기 서양인이 남긴 조선 여행기부터 과거 고문헌, 일본 측에서 발간한 문헌, 그리고 여러 신문 기사·논문 등. 한 페이지에도 두세개씩 달린 빨간 주석 표시는 이 책이 얼마만큼 많은 자료에 기반해 쓰였는지 가늠하며 읽게 되는 부분이다. 집필을 위해 참고한 자료의 출처는 책의 뒤편에 꼼꼼히 실었다. 한국의 음식사를 좀더 확장해서 알고 싶다면 이 리스트(목록)의 도움을 받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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