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 더 나은 ‘우리 마을 만들기’에 팔 걷은 시민들

입력 : 2019-04-15 00:00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국내외 사회혁신 프로젝트 연구

네덜란드 ‘데 퀘벌’·한국 ‘순천’ 등 30개 사례 자세히 들여다봐
 


도시는 살아 있기도 하고, 때론 죽어버리기도 한다. 한때는 사람과 돈이 모여드는 활황기를 누리다 썰물처럼 그들이 빠져나가고 나면 폐허와 상실만 남는다. 인근에 신도시를 만들면 어김없이 구도심은 몰락하고 만다. 사람들이 모두 대도시로, 서울 수도권으로만 빠져나가니 많은 지방 소도시와 농촌이 활기를 잃었다. 이런 전국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정부가 예산을 줄 테니 죽어버린 마을에 어떻게든 숨을 불어넣어보라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500개 도시에 5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1년에 100곳씩 지역을 선정해 도시재생사업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은 이렇게 도시재생이라는 과제가 주어졌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국내외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연구했다. 그리고 사회혁신과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마을과 사회를 바꿔내고, 죽어가던 도시를 새롭게 살려낸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네덜란드 ‘데 퀘벌’은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진화 프로젝트로 꼽힌다. 암스테르담시는 80년 이상 배를 만들던 조선소가 문을 닫은 뒤 10년 넘게 버려져 폐허가 되어버린 땅을 시민들에게 내주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이 지역의 혁신을 맡은 건축가 그룹은 생태친화적 순환도시를 계획했고, 자연·에너지·사람이 순환하는 청정기술 생태도시를 만들어냈다.

영국 리버풀의 항구도시 ‘그랜비 거리’는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1981년 폭동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상점들은 문을 닫고 빈집이 늘어갔다. 죽어가던 도시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절망의 고리를 끊고자 1993년 주민협의회를 꾸려 도시재생에 나섰다. 주민들 스스로 거리 곳곳에 꽃을 심었고 건물 벽엔 담쟁이를 올렸으며, 거리시장을 열었다. ‘우리가 아직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는 주민들의 바람은 시에 받아들여져 예산을 확보했고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공동체 노력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부산 동래구는 빈집을 청년들이 고쳐서 지역문화의 거점으로 되살리고 있고, 전남 목포 역시 원도심 빈집에 청년들을 불러들여 공간 리모델링과 창업을 돕는 학교를 열었다. 순천은 플라스틱 없는 도시를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 성공해서 주민들의 터전을 살려내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겨 경제효과를 거두는 게 목표일 것이나 어려움도 많다.

무엇보다 행정과 시민이 함께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저자는 그 원인을 이렇게 진단한다.

“시민은 시민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불신과 피로감이 쌓였다. 시민은 행정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서 지나치게 간섭한다며 답답해하고, 공무원은 시민이 막무가내로 권리만 앞세운다고 불만이다. 지난 몇년 사이 마주 앉는 일은 늘었으되 더불어 일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해서 양쪽 모두 포기하지 말고 함께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을이 망가지면 도시가 무너진다. 사람이 떠난 자리엔 절망이 깃든다. 안 그래도 좁은 땅, 구석구석 버려진 곳 없이 아름다운 사람의 꽃이 피고 삶이 깃드는 희망과 약속의 땅이 될 수 있도록 혁신의 길을 함께 걸어보면 좋겠다.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윤찬영 지음 /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기획 바틀비 / 1만5900원 / ☎ 02-2039-2701

백창화<북칼럼니스트, ‘시골작은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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