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새 관찰일기’

입력 : 2018-01-12 00:00 수정 : 2018-03-02 14:05
김재환 글·그림 / 문학동네 / 1만8000원 / ☎ 031-955-8888

[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 새를 기다리는 사람

새의 매력에 빠져든 화가 갯벌·숲속·강가 가리지 않고 야생에서 2년 동안 탐조

대중에게 익숙한 참수리부터 되새·민물가마우지까지

새들과 교감하며 느낀 감정 세밀화로 그려 책에 담아
 


지난봄에 있었던 일이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큰 새들이 마을에 날아들더니 곳곳에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았다. 이때부터 우리집 고양이들과 전쟁이 시작됐다. 하필 고양이가 즐겨찾는 뒷마당 창고 앞 나무에 알을 까고 새끼를 낳은 게 발단이었다. 새끼를 지켜야 하는 새들은 고양이가 뒷마당에 얼씬거리기만 해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주변을 낮게 맴돌았고, 부리로 나뭇잎을 따서는 고양이에게 날려대며 시위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막 날기를 시작한 어린 새 한마리가 나무에서 떨어졌는데 마침 마당에는 고양이 두마리가 산책 중이었다. 그러자 새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온 동네 새들이 떼를 지어 우리 마당을 맴돌며 고양이들을 공격했고 주변은 몰려든 새떼로 새까맣게 뒤덮였다. 그때 처음으로 새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일반적으로 새는 아름다움과 동경의 대상이다.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겠는가. <새를 기다리는 사람>에 언급된 대로 새는 ‘일생을 하늘길에서 보내는 순례자’이며 ‘그림의 대상’으로서 아름다운 존재인 것이다.

화가 김재환이 오랫동안 새를 보러 다니며 관찰한 기록을 책으로 담아낸 것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서였다. 비바람 몰아치는 갯벌에서, 꽁꽁 얼어붙은 강가의 위장텐트에서, 무더운 숲속에서 모기에 뜯기면서 새를 관찰했던 2년간의 탐조기록은 화가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글라이더처럼 길고 넓은 날개와 마름모꼴 꽁지깃을 가진 참수리, 덩치 큰 초식공룡이 생각나는 큰고니의 긴 목과 주둥이, 검은 수건을 쓴 것 같은 되새, 눈매가 날카로운 괭이갈매기,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것 같은 민물가마우지…. 우리가 그 이름은 알고 있으되 미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들로부터, 모습은 낯익되 이름을 알지 못했던 새들까지 우리들 주변에서,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많은 새들이 화가에 의해 생명력이 넘치는 존재가 돼 책에 담겼다.

저자가 처음 새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도감에 세밀화를 그리게 되면서다. 보는 만큼, 아는 만큼, 사랑하는 만큼 제대로 그릴 수 있기에 그는 새를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를 만나는 재미를 알게 됐고, 도감 속의 표준화된 새 말고 자신이 만난 그 새들을 그리고 싶어졌다.

그 마음이 관찰일기로 이어졌다. 관찰일기는 사적인 기록이다. 자신이 어느 날 어느 시에 만났던 새들과의 교감을 담아낸 것이기에 이 책에서 우리는 새를 사랑하고, 새를 만나러 가고, 새를 기다리고, 드디어는 새와 눈을 맞춘 한 개인의 작은 기쁨을 만난다.

그와 함께 세밀화 도감작업을 하고, 이 책의 기획까지 맡게 된 편집자 심조원씨는 기획 후기에 이렇게 쓰고 있다.

‘그는 자기 삶에 새 달력이 있다고 했다. 어떤 새가 언제 어느 곳에 날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마음이 늘 그곳에 가 있다는 거다.’

삶 속에 새 달력을 갖고 있는 사람, 우리가 어린이날과 한글날과 크리스마스를 기억할 때 도요새와 황조롱이와 동고비를 생각하는 사람, 새를 기다리는 사람. 책을 덮고 마당에 나가 새들이 모두 떠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빈 둥지를 바라본다.

봄이면 다시 찾아올 새들의 자리를 가늠해본다. 새를 사랑하는 이의 기록을 읽고 난 뒤이니 그때는 공포가 아닌 애정의 시선으로 새들과 눈 맞출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백창화<북칼럼니스트, ‘숲속작은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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