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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숨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이번처럼 현장취재가 힘들었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12월말 배추값 폭락을 막겠다며 시장격리·산지폐기 등의 대책을 내놓은 이후 현장취재를 위해 전남 해남지역 배추밭을 물색했지만 전화를 돌리는 곳마다 ‘거절’ ‘거절’ ‘거절’이었다. 의아한 마음을 뒤로하고 11일 해남군청 관계자를 만나 농가 섭외를 부탁하던 중 우연히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농식품부에서 산지폐기 대상 농가와 지역 관계기관들에게 언론사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사에서 많은 연락이 와 취재에 응할 배추농가를 찾으려 했지만, 대부분이 ‘농식품부’를 거론하며 거절해 당황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전남배추주산지협의체 관계자를 찾아가 물었다. 그는 “농식품부 관계자를 중심으로 산지폐기 장면이 언론에 노출돼선 안된다는 이야기가 회의석상에서 오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강압적으로 언론취재를 막을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면서 “다만 ‘산지폐기’ 사실만 지나치게 언론에 공개되면 채소수급정책 전반에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어 주산지협의체 구성원들 사이에서 언론 대응방식을 논의했는데, 그 내용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의 해명에 어느 정도 머리가 끄덕여졌다. 산지폐기가 있을 때마다 일부 언론이 배경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자극적으로 ‘폐기 장면’만 보도해왔기 때문이다. 또 적잖은 소비자와 재정당국에선 ‘먹거리를 버려가면서까지 예산을 들여 농산물가격을 지지해야 하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배추값이 왜 폭락했는지, 아울러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는 산지폐기에 왜 나설 수밖에 없는지를 농식품부는 농업계 안팎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국민에게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농업·농촌을 지키는 데 있어 농산물 수급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수급정책 중의 하나가 산지폐기일 것이다. 물론 산지폐기와 같은 임시방편에만 기대지 말고 근본적인 농산물 수급안정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이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숨긴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문제가 터졌을 때 숨기는 것만큼 ‘달콤한 유혹’이 또 있을까. 비판이 나올 리 없으니 일단 마음은 편하다. 그러나 비판이 없으면 문제를 인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농식품부의 언론 대응방식을 가볍게 넘길 사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문수(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leemoonsoo@nongmin.com
이문수 이미지 이문수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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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詩心으로 보는 세상] 어느 신년모임 눈 오는 밤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가는구나, 감회에 젖을 새도 없이 새해가 시작됐다. 연말에 감기에 걸린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재판 준비하느라 몸과 마음을 소진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새해가 다가왔다. 갑자기 오빠를 잃은 친구 C를 위로할 겸, 장례식을 치르느라 생일축하도 받지 못한 C의 생일상을 뒤늦게 차려줄 겸, 신년회도 할 겸, 카톡으로 약속을 잡았다. 기계치인 나는 몇년 전만 해도 카톡이 뭔지도 몰랐는데, 어느새 페이스북과 카톡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중독자가 됐다. 2012년 강원 춘천에서 수도권으로 이사 오며 스마트폰을 처음 사고, 친구의 강요로 카톡을 깔았었다. 사람들이 내가 서울로 이사 온 걸 어떻게 알고 이때다 싶게 강의청탁이 몰리는지, 신기했다. 글을 짜내는 것보다 대중들 앞에서 문학과 미술이야기를 풀어내는 강의시간이 더 재미있었고, 보람도 느꼈다. C와 신년모임 문자를 주고받은 카톡방도 2016년 창비학당에서 내가 ‘시가 있는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며 열었었다.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도 내 강의를 들으러 날 찾아왔고, M은 시를 좋아하는 자신의 고향친구 C를 데리고 와 내게 소개했다. 시인의 강의를 통해 알게 된 네명의 여자와 한명의 남자는 그 뒤에도 만남을 이어갔고, 카톡방도 열고, 가끔 만나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서울 등촌역 근처 식당으로 가는 버스에서 선 채로 흔들리며 나는 오늘 저녁엔 C가 주인공이니 내 재판이야기는 꺼내지도 말자고 다짐했다. 식당에 앉자마자, C에게 생일선물을 건네고 3분도 되지 않아, 금방 구운 고기를 상춧잎에 싸 먹으며 내 입에서 그놈의 ‘재판’이 튀어나왔다. “원고 쪽 증인이 글쎄, 내가 뜨고 싶어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꾸민 거래. 내가 뜨고 싶으면 더 많이 언론에 노출됐겠지. 근데 재판은 증거로 싸워야 해. 그래서 인터뷰를 거절한 문자들을 캡처해 증거로 제출했어. 세무서에서 소득금액증명원도 떼서 증거로 제출했어. 나도 생활할 만큼 충분한 소득이 있음을 증명하려. 이런 것까지 시시콜콜 증명해야 되니 치사하고 더러워.” 2층으로 자리를 옮겨 수제맥주를 마시고, 프레디 머큐리가 죽은 뒤 그에게 바치는 ‘헌정 라이브’를 듣는데, 누군가 “야, 눈이다” 소리쳤다. 창밖을 내다보니 정말 하얀 눈이, 내 마음처럼 삐딱하게 내려치는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환갑이 내일모레인 우리들은 순간 시려지는 가슴을 다독이다, 밤이 깊어 헤어졌다. 최영미 (시인)
최영미  이미지 최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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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철학보다는 과학의 유기농업
유기농작물의 수량·품질 높이려면 비료 배합비 등 검증된 원칙 좇아야 유기농재배농가는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다. 환경을 걱정하고 소비자 안전을 생각하는 철학을 가졌다.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관행농에 비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모양도 밉고 수확량도 떨어진다. 심지어 품질도 낮고 고생한 만큼 소득이 높지 않은 경우도 많다. 유기농에 종사하는 이들이 과학보다 철학을 중요시한 우울한 결과다. 사람이나 가축이나 작물은 잘 먹어야 건강하고 잘 큰다. 유기농비료에도 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이 균형 있게 골고루 들어 있어야 원하는 수량과 품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기농은 이러한 과학의 원칙보다는 철학이 우선시되는 농업이었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년 넘게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지원해도 유기농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었다. 100년 전에는 모두 유기농이었다. 식량문제 때문에 지구에 살 수 있는 인구는 한계가 있고 빈곤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맬서스(T. R. Malthus)의 인구법칙을 걱정하던 시기다.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버(F. Haber)가 공기를 이용해 질소비료를 만들면서 맬서스의 걱정은 사라졌다. 하버는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라는 칭송과 함께 1918년 노벨상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인광석으로 인산비료를, 실바이트 등의 광물로 칼리비료를 생산하면서 농작물 수확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여러 연구를 통해 작물이 필요로 하는 질소·인산·칼리·칼슘·마그네슘·황·붕소·미량요소 등이 정해졌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은 그 양이 저마다 다르다. 질소·인산·칼리가 100을 필요로 한다면 칼슘·마그네슘·황은 10, 미량요소는 1을 필요로 한다. 이 비율의 원칙은 작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세계 모든 비료는 이 비율을 지킨다. 100년 가까이 수만명의 토양비료 연구자들이 연구한 결과다. 어떤 작물이든 이 비율에 맞춰 비료를 줘야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무기질비료는 이 비율에 맞는 비료로 제조됐다. 유기농선진국들은 구아노·랑베나이트를 기본 원료로 무기질비료에 버금가는 유기농복합비료를 제조해 사용했다. 구아노는 질소와 인산이 10~15% 함유된 유기농자재다. 수백만년 전 고립된 호수에서 물이 증발하면서 생성된 천연암염인 랑베나이트에는 칼리·황·마그네슘이 각각 20% 안팎으로 함유돼 있다. 모두 물에 잘 녹고 흡수가 잘되는 양분들이다. 구아노에 랑베나이트를 0.1~0.2% 혼합하면 무기질비료 못지않은 과학적인 유기농복합비료가 돼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기농은 구아노나 랑베나이트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토착미생물과 부엽토 등 미생물 중심의 유기농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다. 옛날부터 내려온 젓갈과 메주라는 발효식품을 선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유기질비료와 퇴비 등도 있지만 원하는 양분이 모두 균형 있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유기농자재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이든 작물이든 건강한 식단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음식에 들어 있는 균형 있는 양분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유기농자재에 어떤 양분이 얼마나 들어 있고, 작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인지를 반드시 체크해봐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우울한 철학에서 벗어나 과학으로 가는 길이다.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현해남 이미지 현해남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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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쌀 생산조정제, 실효성 높이려면
올해 쌀값 올라 목표달성 불투명 대농 적극 나서야…무임승차 곤란 올해 2년차를 맞는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 신청이 22일부터 시작된다. 쌀 생산조정제는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어 쌀 공급과잉을 완화시키고 밭작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5만5000㏊를 목표로 6월28일까지 벼 재배농가들의 참여신청을 받는다. 지난해보다 5000㏊가 더 늘어난 면적인데, 시작부터 목표를 채울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 지난해에도 신청기한을 연장하고, 농협 등을 통해 대대적인 참여독려 작전을 폈는데도 신청면적은 목표(5만㏊) 대비 62.3%(3만1125㏊)에 그쳤다. 게다가 신청해놓고도 이행을 안한 면적이 상당해 최종 참여율은 53.1%에 불과했다. 지난해 산지 쌀값이 지속적으로 상승, 농가들이 생산조정제 참여에 별 매력을 못 느낀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올해는 1월 현재 산지 쌀값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20% 이상 올라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게다가 쌀 목표가격 인상까지 예정돼 있다. 이에 정부는 품목간 지원금 단가 조정, 휴경 도입 등 여러 대안을 내놓았지만, 목표달성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쌀값이 안정되려면 공급물량을 사전에 조절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산조정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이 이득이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농민들이 참여를 망설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누군가 나서주겠지 하는 ‘무임승차’ 심리도 깔려 있다. 이에 쌀 대농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이 많이 참여할수록 사업의 시너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휴경이 새로 도입돼 기존의 의무적인 타작물 재배보다 참여가 용이하다. 2017년 기준 경지면적 10㏊ 이상 농가의 쌀 고정직불금 평균 수령액은 0.5㏊ 미만 농가의 58배에 달했다. 이는 대농들이 쌀값 안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명분이 되기도 한다. 쌀값이 안정될수록 그 수혜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과수·축산 농가들이 자조금을 조성해 가격안정에 스스로 참여하듯, 쌀농가도 대농을 중심으로 솔선수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생산조정제 시행기간 연장, 배수로 정비사업 확대 등 농민 참여를 독려할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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