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경남 거창군 가북면>
 
   

저는 경남 거창군 가북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농부입니다. 이제 노인 연령인 65세에 접어드는 베이비부머 1세대이기도 합니다.

베이비부머 1세대는 6·25전쟁 직후 참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보통 한가정에 5~6명의 형제자매가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산업화·민주화 세대죠. 우리 세대는 대부분 농촌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평생 벌어 자식 키워 시집·장가 보내고, 가진 것이라고는 알뜰하게 절약해 장만한 집 한채가 전부인, 금융자산이 거의 없는 세대입니다.

저 또한 2005년말 27년의 직장생활에서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찾아 약 8년간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거창에 와서 사과밭에서 1년간 실습하며 사과농장일을 배웠습니다. 이를 계기로 6년 전 해발 650m 두메산골농장에 터를 잡아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귀농 6년차로 농촌생활이 아직 그리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과농사를 하면서 ‘그동안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을까?’ 생각하며 참 많은 후회도 했답니다. 해보니 농사라는 게 제 적성에 딱 맞는 평생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농사에 미숙하다보니 쌔빠지게 해야 합니다. 온종일 쌔빠지게 일하면 죽지요. 다만 할 때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농사 열심히 지으면 뭐합니까?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판로가 없습니다. 물론 사과는 공판장에서 수매를 다 해주지만, 농부가 흘린 땀의 가치로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가격에 한숨만 나오게 됩니다.

몇해 전 추석을 앞두고 <히로사키> 품종의 사과를 10㎏씩 포장해 100상자를 공판장에 내었습니다. 그때 한상자당 낙찰가격이 4000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생산원가만 따져도 한상자당 3400원이었죠. 이래도 농사를 해야 하나 절망뿐이었습니다. 농부는 이제 농사만 지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판로를 개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계기로 2015년 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정보화교육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강좌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그전에도 저는 2013년초부터 영농일지를 작성한다 생각하고 블로그에 기록을 해오긴 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밴드·스토리채널·옐로우아이디 등 듣도 보도 못한 낱말들이 쏟아지자 60세에 접어든 나이 든 농부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해 언제 친구를 만들어 판매가 가능할까?’ 당시 저는 아주 부정적인 생각으로 멘토에게 “저는 페이스북을 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매주 수요일 교육에 참여하다보니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선생님 따라잡기’로 정했습니다. 하루에 한편의 글과 사진을 꼭 올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포스팅(게시)하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주제는 농촌의 풍경과 일상, 농사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사과를 선호할 듯한 30~60대 여성을 위주로 친구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해보았습니다. 미나리와 궁합이 맞는 사과겉절이, 사과와 아로니아를 갈아 넣은 칼국수, 사과부침개 등 농부의 밥상을 페이스북에 소개하니 여성고객으로부터 ‘좋아요’ 반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SNS 친구들을 농장으로 초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사과꽃이 피는 때 삼겹살 파티를 열고, 등산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보해산·흰대미산 등 거창의 유명한 산으로 초대했습니다. 사과 따기와 김치 담그기 등 체험행사도 개최했습니다. 이런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SNS 친구를 평생의 고객으로 만들어줬습니다. 지금 제 페이스북의 친구수는 5000명에 이릅니다.

SNS를 시작한 첫해인 2015년 20%였던 직거래 비율은 이듬해인 2016년 85%까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엔 모든 생산량을 SNS를 통한 직거래로 판매했습니다. 직거래 고객이 늘어나고 재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져가는 것. 이것이 결국 무엇이겠습니까? 고객으로부터 믿음이 쌓이고, 그렇게 다져진 신뢰를 바탕으로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NS를 통한 직거래 때 중요한 점은 한번 관계를 맺은 고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만남을 오프라인 만남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가령 가게를 운영하는 고객이라면 직접 가게로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협업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이젠 농산물을 생산해 그대로 판매해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공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상품을 개발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귀농 4년차인 2017년, 저는 매년 6월이면 열매솎기(적과)하며 버려지는 열매를 풋사과로 포장해 온라인으로 판매했습니다. 거창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풋사과를 말리고 분쇄해 풋사과분말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풋사과를 분말로 만들려면 독성이 있는 사과씨를 빼야 하므로 씨 빼는 기계를 연구해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설에는 제수용 세트(사과·배·대추·곶감·밤)를 기획해 절찬리에 판매를 완료했습니다. 올해는 복숭아 비품을 활용해 복숭아말랭이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저는 앞으로 두가지 꿈이 있습니다. 먼저 고객이 필요로 할 때 항상 공급할 수 있는 회원제 생산체제를 만드는 게 첫번째 꿈입니다. 저는 불특정 다수 고객을 상대로 온라인 판매하는 것을 지양합니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함으로써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휴양을 겸해 치유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게 두번째 꿈입니다. 100세 시대인 오늘날, 사람들은 누구나 편한 노후를 보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해발 700m 고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농장은 해발 650m에 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두루 갖춘 두메산골 고랭지 사과농장입니다.

내 나이 65세. 이 나이에도 좋은 분들과 소통하며 농사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합니다. 베이비부머 1세대로서 제2의 인생을 사과농사에 바치며 앞으로 소박한 농부, 공부하는 농부, 나눔을 실천하는 농부가 되고 싶습니다.

   
  [최종편집 :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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