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끝자락 진도로 귀농을 하게 된 것은 10년 전인 26세 때다. 본래 진도가 고향이기도 하거니와 급작스러운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늘어난 아버님의 일손도 덜어 드리려 영농후계자로 농사일과 대파 가공사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회사는 당시 꽤 규모가 있는 농산물가공업체였다. 직접 대파를 재배하여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보내기도 하였지만, 진도 농민들이 생산한 대파를 매입해 가공하고 이를 다시 도매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지금은 사세가 많이 기울었지만 여전히 이곳 농가들의 소득에 보탬을 주고 겨울철 농한기에 적지 않은 노임을 지급하는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단순한 수익 문제를 떠나 진도의 특산품인 대파를 가공, 판매하여 도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것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며 생업에 임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파 상품의 90% 이상은 전처리가 미흡한 1㎏ 단위의 ‘깐 대파’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1·2인 가족의 증가와 보다 위생적이면서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프리미엄 대파’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신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판로의 다변화도 꾀해 기존의 도매시장뿐 아니라 소비자단체·쇼핑몰과의 직거래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참살이 열풍을 타고 각 지자체에서 친환경농법을 권장하며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13만2,000㎡(약 4만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 있는 나로서는 농약값 절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친환경 농법’ 교본을 입수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고대로부터 많이 알려진 멀구슬(Neem) 열매와 천연농약으로 개발중인 울금 엑기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멀구슬 열매는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천연농약으로서 그 기름을 짜서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며 해충기피 및 살충 효과를 지니고 있다. 진도 지방에서 멀구슬 열매가 가장 무르익을 때는 가을이다. 하지만 8월 말부터 들어가는 김장배추와 월동배추의 정식기간과 겹치는 관계로 시간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다소 덜 익었더라도 장마철을 선택하여 멀구슬 수집에 나섰다. 오동나무·고사리·은행·자귀나무·쇠비름 등 다양한 천연농약의 재료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효능과 추출량, 이 두가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재료는 멀구슬만 한 게 없다고 본다.

 울금 발효엑기스로 만든 천연농약은 개발중에 있다. 아침에 울금밭에 다녀오면서 울금꽃의 꿀을 빨아 먹은 꿀벌들이 여러 마리 죽어 있는 것을 목격하고 울금의 독성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 또 농약의 원료를 동남아시아산 울금에서 추출한다는 정보를 얻고 울금의 열매를 갈아서 주정과 함께 발효시키면 어느 정도 천연농약으로서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 진도의 농민들은 대파를 재배할 때 밭둑을 따라서 울금을 심어 해충기피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멀구슬과 울금 그리고 수집해 놓은 약간의 오동잎, 피마자 등을 대형분쇄기에 넣고 걸쭉하게 갈아 대야에 담아놓고 거기에 미리 준비한 주정(40ℓ)과 물(120ℓ)을 혼합하여 햇빛과 공기가 통하지 않는 장소에 밀봉해 숙성하면 독특한 향을 발산하는 값싼 천연농약이 완성된다. 바로 갈아서 쓰기도 하지만 그동안 수집해 놓은 양이 많았기 때문에 3년째 숙성을 시키고 있다. 농약에서 진한 화학약품의 냄새가 난다면 천연농약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구린내’ 같은 냄새가 나기 때문에 손이나 몸에 묻었을 경우 비누로 2번을 씻어도 그 냄새가 잘 가시지 않는다. 그러하기 때문에 해충기피제나 살충제로도 사용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고추에 뿌려보니 병 저항성·수확량·크기·색깔 등이 관행농법으로 재배했을 때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판명됐다.

 4년 전부터 절임배추 사업을 시작했다. 중국산 배추 수입량 증가, 배추 수요 감소, 공급물량 과다 등으로 인해 망배추 출하가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추의 수입은 진도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나 마찬가지였다. 가격이 폭락할 땐 인건비와 운임은커녕 영농활동에 투입된 농자재값과 농약값도 건지기 어려운 망배추 유통사업에서 눈을 돌린 것이 절임배추 사업이었다.

 깐깐한 서울 주부들의 입맛에 맞는 절임배추를 공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소비자의 만족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었다. 절임배추 사업을 처음 시작한 1~2년 동안은 갑진농원 쇼핑몰 구축, 고객관리, 품질관리, 택배발송…. 그야말로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덕분에 충성고객이 해마다 증가했고, 배추값이 폭락해도 내가 농사지은 배추는 판로가 보장됐다.

 종자의 선정도 매우 중요했다. 왜냐하면 실제 절임배추 판매기간이 약 45일에 집중되므로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각 종자별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하여 재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갑진농원은 초기에 맛은 좋지만 추대 형성이 가장 빠른 <신 추광배추>를, 중반에는 가장 일반적인 김장 품종인 <휘파람 골드>를, 그리고 추대형성이 가장 늦은 <남도장군> 품종을 후반기에 공급하고 있다.

 대한민국 땅에서 농민은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간다. 수준 높은 의료 환경을 기대하기 어렵고, 도시에 비해 다양한 교육의 혜택을 받기도 어렵다. 더불어 오페라·뮤지컬 등 다채롭고 특색 있는 문화생활 또한 누리기 어렵다. 게다가 수입 농산물의 높은 파고 또한 생계를 지켜내기 위해 넘어야 할 커다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식량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농민들의 고군분투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배워야 할 것이 많은 귀농 10년이었지만 이땅에 농민이 바로서는 그 날까지 농업인의 위상과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최종편집 : 2011/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