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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마을’ 이야기

좋은 집이란 과연 무엇일까? 자녀가 참다운 공부를 하길 바랐던 부모들은 많은 고민 끝에 함께 집을 짓고 살기로 했다. ‘생각마을’ 아이들은 집을 통해 배우고 경험하며 매일매일 자란다. 그들에게 ‘좋은 집’은 바로 이런 곳이다. 글 박자원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좋은 이웃과 나누는 좋은 생각

사진 ‘어떤 집에서 살까?’ ‘내 아이를 어느 학교로 보낼까?’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집이나 학교를 고르는 일도 그중 하나다.

또 이런 것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사람들이 우리 이웃에 살면 좋겠다.’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른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에겐 획기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실현 불가능한일이라고 코웃음을 친다면 오산이다. 실제로 마음이 맞는 이웃을 선택해서 함께 사는 이들이 있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생각마을’의 여덟 가족 이야기다.

생각마을은 논밭이 펼쳐진 탁 트인 곳에 자리한다. 여덟 채의 집들은 야트막한 산에 기대고 있다. 모두 연한 색상의 흙벽돌 옷을입고 지붕에 징크를 얹었다. 서로 비슷한 듯 다르게 디자인된 집들은 파란 하늘 아래 저마다의 존재를 드러낸다.이 마을은 공교육의 폐해를 절감한 부모들이 아이를 위한 대안 교육을 모색하다가 그들 나름대로 창조해낸 ‘유토피아’다. 부모들은 아이를 같은 어린이집에 보낸 인연으로 만났다.

“저희가 직접 대안학교를 설립하려고 했어요. 여러 가지 풀기 어려운 숙제가 있었지만 소규모다 보니 선생님을 찾는 일이 가장큰 문제였죠. 결국 아이들이 학교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방과 후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을이 시작되는 곳에 집을 지은 박용철(50)·강정아(47) 씨 부부의 이야기다.

[마을이 최고의 학교다] ‘우리가 직접 아이들의 배움터가 돼주자. 사교육 없이 공부하면서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그러려면 그들은 함께 모여 살아야 했다. 그렇게 그들의 전원생활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생각마을의 부모들은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을 같이 키운다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공동육아를 하는 셈이다.엄마들은 조를 짜서 아이들을 하교시키는 당번을 맡는다. 미술을 전공한 엄마가 그림 교실을 열고, 영어를 잘하는 엄마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등 방과 후 수업도 자유롭게 이뤄진다.서로의 집을 오가며 지내는 친한 친구들끼리니 공부가 신나는건 당연하다. 작은 교실의 선생님은 늘 곁에서 자신을 챙겨주는친구의 엄마이니 친근할 수밖에 없다.아이들은 이곳에 살게 되면서 많은 걸 새롭게 경험했다. 여러 채의 집이 지어지는 걸 보면서 건축을 일종의 놀이처럼 여기고 좋 아하게 됐다.“집 주변에 남아 있던 건축 자재들을 하나씩 가져와 자기들만의아지트를 만들었어요. 어른들 손 안 빌리고 애들이 스스로 지은거라 정말 기특해요. 생각지도 못했는데, 집을 지은 일이 아이들 에겐 또 다른 공부가 됐어요.” 아이들은 자기 집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게 지어진 친구의 집을 보면서 다양한 상상을 한다. 그 집에 놀러 가서 자신의 집에는 없는 공간을 경험하며 자연스레 공간?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다.

아이들의 삶은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 때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그전엔 친구네 놀러 갔을 때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거나, 마음대로 놀면 안 되는 장소가 있거나 하는 등 제약이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밥때가 되면 엄마들은 으레 아이 친구의저녁까지 챙긴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 서로 폐를 끼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로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놀고난 뒤 같이 목욕을 하는 것도 이곳 아이들에겐 그리 특별한 일이아니다.

“아이들의 일상이 전보다 다채로워졌어요. 친구들과 친밀?게교류하면서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어요. 도시에선 많은 친구들을 만나지만 긴밀한 교제를 하기 힘들잖아요. 그것보다는이렇게 소수의 친구들과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뜻으로 모인 그들이라고 해서 함께 사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을까. 예를 들면 자재의 종류나 색상을 고르는 일에 의견이 분분했을 때처럼 난관에 부딪친 경우다.“철근콘크리트가 낫다거나 목재로 짓자거나 또는 집의 외관을 밝은색으로 가자거나 좀 어둡게 가자는 등 의견이 많이 갈렸어요. 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려고 쿇다 보니 모두가 수긍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게 되더라고요.” [좋은 이웃이 되려고 고민하다] ‘생각(生閣)’이라는 이름에는 ‘좋은 이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담겼다. 2년 전 한창 더운 여름철에 집이 완성돼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과연 여러 집이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컸고, 동시에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했다. 서로 좋은 이웃이 되려고 자기 성찰을 많이 한 덕분일까? 아이들 때문에 맺어진 인연이지만 함께 마을을이루고 살면서 그들은 어느덧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됐다.“전원생활을 시작할 때 중요한 건 단순히 집을 잘 짓는 것보다 이웃들과 관계를 돈독히 맺는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마치 그 집에서 평생 살 것처럼 모든 열정을 집 짓는 데만 쏟는데마음을 좀 가볍게 갖는 게 필요해요. 집은 예산에 맞게 짓고, 남은 열정으로 이웃과 어떻게 지낼지를 고민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강씨의 집은 ㄱ 자 구조로 설계돼 아늑한 마당을 품었다. 마당엔한옥의 특징인 툇마루를 살렸다. 생각마을의 설계를 맡은 김미희 소수건축사사무소 소장은 “툇마루는 이웃 간 교제를 중시하는 건축주?의 바람을 형상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평상처럼 크게 변형된 툇마루도 있다. 마당에 스크린만 설치하면 넓은툇마루는 어느새 아이들의 영화 관람석으로 변신한다.강씨는 집을 설계할 때 건축가에게 공간을 물리적·시간적으로분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우선 주방과 거실을 떨어뜨려 설계하길 원했다. 식사할 땐 식사에만 집중하고 거실에선 그에 맞는 다른 활동을 하고 싶었던 것. 또 공간을 시간대에 따라 구분하길바랐다. 낮에는 주로 1층의 거실과 주방을 쓰고, 저녁 식사 뒤엔2층에 올라가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2층에 좾방·욕실·빨래실을 나란히 설계한 이유다.강씨가 양평에 집을 짓고 살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거기 학원 있어요?” 의아해하는 주변 시선을 뒤로하고 여기 산 지 2년째다. 아이들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어도그럭저럭 잘 지냈을지 모른다. 지금 누리는 행복과 즐거움을 모른 채 말이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까지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부모가 됐어요. 그게 가장 달라진 점이에요. 전엔 몰랐던 더 큰 가치를 깨달았죠. 도시의 부모들이 아이를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할지 고심할 시간에 저슴 아이들과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요.” 여덟 가족으로 시작한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지금은 열두 가족이 됐다. 좋은 집의 가치를 좋은 이웃에 두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며 살려는 이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Intervie - 소수건축사사무소 김미희·고석홍 소장] 소수건축사사무소의 김미희·고석홍 소장(이하 김·고)은 “생각마을의 설계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주택 유형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소장에게서 생각마을 건축 이야기를 들었다.

<여덟 집이 공동으로 설계를 의뢰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김: 같은 생각을 가진 가족이 모여 마을을 만든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 과정을 함께하면 또 다른 의미를 찾을 것 같았다.

고: ‘왜 같이 모여 살려고 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품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건축은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배경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집이 함께 전원에서 사는 일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나?> 고: 이번 프로젝트의 건축주들은 아이들을 위한 공동육아를 하려고 함께 사는 걸 선택했다. 그렇게 모여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 가족의 취향을 파악하고, 서로 취미도 공유하게 됐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그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서 새로운 주택 유형의 가능성을 엿봤다. <설계할 때 여러 가족의 의견을 모으는 일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나?> 고: 각 가족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게 좋은 집을 짓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가족들과 한 달에 한 번씩 공식적인 미팅을 갖고 설계부터 재료 선정까지 하나씩 천천히 진행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날수록 이견이 줄었다. 그 과정이 그들에겐 함께 모여 살 방법을 고민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랐다. <이번 공뾵 건축 프로젝트에서 어떤 점에 신경을 썼나?> 고: 공동 건축은 건축주들이 서로 의견만 일치시킨다면 통일된 자재 선정으로 단가를 낮추고, 좋은 공법을 적용하는 시공사를 만나는 등 ‘건강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올바른 자재·공법·공정으로 건강한 집을 지으려고 애썼다. <좋은 집이란 무엇이며, 설계자는 이를 어떻게 구현하나?> 고: 좋은 집은 그 집에 사는 이의 모습을 잘 반영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건축주의 삶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한다. 김: 설계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대부분 집과 ?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 이런 과정에서 건축주의 성향과 가치관을 알아가고 그걸 담아낼 만한 공간을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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