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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해상 지키는 선촌마을 주민들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매년 20t 트럭 5700대분의 해양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드는 건 물론 미세한 알갱이로 바스러지면 물고기들이 먹기도 하는 것. 이러한 해양오염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마을이 있으니 바로 경남 통영시 선촌마을이다. 글과 사진 노현숙(농민신문 기자)

바다가 살아야 지구가 삽니다

사진 “투명 페트병은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비닐 라벨을 제거한 뒤 발로 밟아 부피를 줄여주세요. 그다음 뚜껑을 닫아 전용 수거함에 넣으시면 돼요.” 통영시 용남면 선촌마을 입구에 설치된 ‘생활쓰레기 분리배출장’. 정정옥 부녀회장(52)이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러 나온 주민들에게 페트병 분리수거 방법에 대해 시범을 보이며 자세히 설명했다. 주민들은 가져온 페트병므 꺼내 비닐 라벨을 다 떼어냈다. 바구니 두 개에 재활용품을 담아 온 부녀회원 이석순 씨(46)는 분리배출 후 바구니를 탈탈 털었다. 이씨의 손에 들린 바구니에 눈길이 갔다.

“지난해 부녀회원들이 폐천막을 수거해 바구니를 만들었어요. 재활용품 담아낼 때 쓰라고 전체 45가구에 두 개씩 나눠줬지요. 다들 잘 쓰고 계신답니다.” 주민 대다수가 폐천막 바구니를 들고 분리배출장에 속속 도착했다. 대도시 아파트 주민보다 더 철저하게 분리배출을 하는 모습에서 마을에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 부녀회장은 선촌?을이 ‘쓰레기 없는 자원순환마을’로 탈바꿈한 데는 7년 전 한 고등학생의 행동이 시발점이 됐다고 귀띔했다. 통영고에 다니는 한 학생이 선촌마을에 버려진 쓰레기를 혼자서 치우기 시작하다 2015년 교내에 ‘1급수사람들’이라는 환경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생들은 선촌마을을 시범마을 삼아 매주 토요일 해안의 쓰레기를 주웠다. 쓰레기를 치워도 일주일 후면 또 그만큼의 쓰레기가 나오자 캠페인으로 키워보자며 ‘쓰레기 사진전’도 열었다. 시민들의 호응을 얻자 학생들은 통영시에 ‘시골에도 쓰레기 집하장을 설치하고 수거차량 운행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시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한 고교생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 큰 변화] 동아리에 참여한 학생들의 의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정작 어민들은 변하지 않았다. 어민들을 바꾸지 않으면 해양환경 정화사업은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이 지역 화삼어촌계장인 지욱철씨(55)는 2017년 한 화장품 회사(1만유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5억원)에 해양정화사업을 제안해 펀딩을 받았다. 지씨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기도 하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에게 한 시간당 1만원을 주며 해양쓰레기 정화활동 참여를 독려했다. 2018∼2020년 매년 해변의 쓰레기 60t을 손으로 수거했다. 바다 밑 침적 쓰레기는 산업잠수사를 고용하거나 어민들이 뗏목을 끌고 나가 크레인에 달아서 끌어올렸다. 이렇게 수거한 쓰레기도 연간 60t에 달했다.

주민들이 직접 쓰레기 수거에 나서면서 해양쓰레기의 주요 원인이자 미세플라스틱 발생 주범이 ‘스티로폼 부표’라는 것을 알게 됐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2019년 경남도에 사회혁신실험(리빙랩)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스티로폼 부표 퇴출에 대한 어민의 동의와 사회적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였?.

지 공동의장은 “2019년 기준으로 전국 양식장에 부표 5500만개가 떠 있는데, 이 중 스티로폼 부표가 4100만 개(74%)에 달한다”며 “해양쓰레기를 줄이고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티로폼 부표 사용 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연안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55%를 차지하는 스티로폼 부표는 한 달만 햇빛에 노출돼도 쉽게 바스러져 미세한 알갱이로 흩어진다. 미세플라스틱 가루는 바람에 날리기도 하고 물고기가 먹기도 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2020년 5월 해양수산부·환경단체·소비자단체·연구기관·수협 등 5개 기관이 모여 2025년까지 해양쓰레기 주범인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를 퇴출시키자고 합의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육상 쓰레기 치우기 사업도 펼쳤다.

환경부 예산을 받아 선촌마을 부녀회와 함께 쓰레기 없는 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2019년에는 농경지 주변 정화활동도 했다. 5t트럭 5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다. 2020년에는 주민들의 쓰레기 불법투기와 소각을 근절하기 위해 종량제 봉투를 나눠주고 쓰레기를 담아 오도록 했다. 이어 주민강사 5명을 양성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생활현장 교육도 펼쳤다.

지 공동의장은 “선촌마을이 쓰레기 없는 마을로 변신하고, 해양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국가적인 정책사업까지 이끌어낸 성과는 한 고등학생의 작은 실천에서 비롯됐다”면서 “선촌마을의 변화가 다른 마을과 다른 어촌계로 확대돼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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