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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구에게 겸손해질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현 인류가 겪고 있는 대재앙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진정 반성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인간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의 현실 앞에서, 이제부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글 박경화(환경전문작가)

사진 오늘도 어김없이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안내 문자다. 방송사의 메인 뉴스는 거개가 코로나19관련 소식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백신 접종 등 방역 당국의 발표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우리는 매우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악수를 하거나 가벼운 포옹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런 행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스 손잡이나엘리베이터 버튼 등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시설물조차 꺼릴 만큼 지금 우리에겐 접촉이라는 말이 가장 공포스러운 단어가 됐다.

외출을 하기 전에 반드시 외출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고, 할 일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거나 기웃거리지 않고 되도록 빨리 귀가하곤 한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배달음식 주문과 인터넷 쇼핑이 부쩍 늘어 덩달아 일회용품과 포장지쓰레기도 증가했다.

이런 감염병의 유행이 처음은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에볼라·지카·메르스·사스 등 몇 년을 주기로 지구촌에 바이러몽가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병을 앓거나 목숨을 잃었다. 이 바이러스들의 공통점은 박쥐·원숭이 등의 동물에 존재하던 것이 중간 매개체인 닭·오리·낙타 등을 거쳐 사람에게 옮아 왔다는 것이다.개발 현장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지기도 하는데, 목재나 광물 등 새로운 자원을 얻거나 휴양지를 개발하기 위해 그동안 접근이 쉽지 않았던 밀림이나 툰드라에 도로가 닦이고 자동차가드나들었다. 이때 이들 지역에만 머물러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지고 이들이 도시로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는 일파만파퍼져나갔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인 팬데믹은 결국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가 원인이고, 이것이 부메랑이 돼 우리의 삶을 통째로 마비시켜버린 것이다.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건강과 위생,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개발우선주의를 멈추고 생산과 소비에 대해 전반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자연 상태 그대로 잘 보전해야 할 곳과이미 개발해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곳의 적절한 거리 두기도 필요하다.

[지구 망쳐놓고 미래 세대에 책임지라고?] 경제 성장이 최고라는 기대 속에 사람들은 개발과 이용, 소비를 환호했다. 마치 우리 대에 모든 자원을 다 써버릴 듯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고, 열심히 쓰고 먹고, 또 버리고 있다. 화석 연료의 고갈, 자원 부족이라는 뉴스도 나오곤 하지만 잠시 걱정할뿐, 소비를 줄이거나 개발을 멈추는 등 미래 세대를 배려하려는노력은 없었다. 미래에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지금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자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10대 청소년들이 성인들에게 따지듯 묻는다. 이렇게 지구를 망쳐놓고 왜 미래 세대에게 책임지?고 하느냐고. 아직 등장하지 않은 미래의 기술에 왜 희망을 거느냐고.이제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며 지구에게 겸손해질 때다. 과연 이렇게 계속 소비해도 될까? 바이러스의 위협 때문에 건강과 위생의 중요성에 대해 각성하게 됐지만, 덩달아 일회용품과 배달 포장지의 소비가 대폭 늘고 쓰레기 양도 부쩍 늘었다.다행히 한편에서는 포장지 없는 가게가 등장하고, 일회용품의대명사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생겼다. 자신이 즐겨 사용하던 용기를 가져가서 필요한 제품을 담아 오거나 리필제품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지나친 육식 문화에 저항하기 위해 채식을 선택한 이도 있고, 꼭 필요한 몇 가지 물건만남긴 채 가볍게 사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집 안에서 비운 물건은 이웃과 나누거나 재사용 가게에 기증하고, 도움이 필요한 제3세계 환경 난민을 돕는 데 쓰기도 한다.그럼 이제부터 나는 뭘 할까? 지구를 살리는 첫걸음을 아름답게, 위대하게 내딛는 멋진 방법은 무엇일까? 박경화 환경 파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취재하고 기록하는 일을 좋아하며 이를 바탕으로 환경과 생태에 관한 글을 꾸준히 쓰고 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물건10’‘지구인의 도시 사용법’ 등 여러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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