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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된 농가주택 개조한 전원주택

아파트에 살면서도 시골집에 대한 향수는 떠나지 않았다. 언젠가는 농촌으로 가 살겠다는 생각으로 전원주택에 어울리는 소품을 모으면서 마음을 달랬단다. 그러던 차에 시어머니가 평생 살았던 집을 물려주었다. 시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옛날 집. 낡을 대로 낡은 이곳을 부부는 세상 둘도 없는 예쁜 공간으로 개조해 전원생활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글 이인아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사진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전북 고창군 부안면 상등리.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500m 들어오면 집이 보일 거라 했지만 도로 가에서 금세 눈에 들어오는 집은 흔한 벽돌집이다. 가던 길을 돌려 나오며 찬찬히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그림 같은 집이 나타났다. 동화 속에서 본 듯한 나지막한 하얀 대문과 잔디, 정성스레 가꿔놓은 꽃밭이‘ ㄱ’자 형태인 시골집과 조화를 이뤄 지나? 이의 눈길을 끈다.

<시어머니가 첫 장만해 평생 살던 집 물려받다> “시골에서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게 오랜 꿈이었어요. 어린 시절 살았던 시골집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20년 넘는 세월 동안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언젠가는 시골로 돌아가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습니다.” 문미영 씨(51)는 남편 김용철 씨(57)가 해양경찰로 근무해 오랜 기간 군산에 살면서도 시골집에 대한 향수를 간직해왔다. 그런 부부에게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집을 물려주었다. 시어머니가 결혼 후 처음 장만해 평생 살았던 곳이다. 문씨는 그동안 드나들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시어머니의 삶이 담긴 집이라 때가 되면 들어가 살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이사할 형편이 안 돼 1년 정도 비워두고 있었다.

부부가 시골집으로 이사하기로 마음먹은 때는 2014년. 건강이 나빠진 남편이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면서 당장 실천에 옮기기로 한 것. 하지만 시어머니가 물려주신 집은 지은 지 71년째여서 너무 낡아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남편은 새로 짓는 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저는 시어머니의 손때 묻은 공간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으면 했어요. 옛날 집이 정겹기도 하고요.” 낡으면 낡은 대로 손을 봐 살겠다는 생각을 하던 문씨는 우연히 방송에서 농가주택을 개조한 사례를 보게 됐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오미숙 씨가 농가주택을 사들여 개조한 집이 소개된 것이다.

“보는 순간‘ 저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소 제가 그려오던 집을 본 것 같았어요. 당장 연락하고 현장으로 찾아가 개조를 부탁했지요.” 무엇보다 농가주택에 대한 문씨와 오씨의 생각이 같았다. 오씨는 농가주택이라도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해온 터였다. 문씨 또한 소박하지만 예쁜 시골집을 ,720;고 싶었다. 부부는 가능하다면 옛 모습을 간직하면서 주변 이웃집과도 어울리게 고쳐달라는 주문을 더했다. 공사는 10월 1일부터 시작됐고, 부부는 매일 공사 현장에 나가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작업을 거들기도 했다.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오래되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서까래는 다 썩어 있었고 대들보도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흙벽은 거의 무너지고 지붕도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붕괴 위험이 있었다. 공사를 진행한 오씨는 부부를 위해 편리하면서도 옛 모습을 최대한 간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방 두 개? 캺엌, 창고로 이루어진 본채에서 부엌은 넓히고 창고는 화장실로 고쳤다. 본채 옆에 ‘ㄱ’자 형태로 있던 창고는 세 칸으로 나눠한 곳은 김치 냉장고와 같은 살림살이를 수납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문씨의 작업실과 손님방으로 각각 꾸몄다.

본채 가운데 방은 거실로 사용하면서 방 벽장은 그대로 두고 문만 새로 교체했다. 이 때문에 부엌 싱크대 맞은편 벽이 튀어나와 있다. 하지만 시골집이라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장롱과 같은 큰 가구는 들여놓기 어려워 안방의 벽장은 수납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다.

남편 김씨가 가? 좋아하슴 공간은 본채 가장 왼쪽에 있는 방이다. 김씨는 안방으로 사용하는 이곳에 바깥 풍광을 내다볼 수 있도록 통창을 만들어주기를 원했지만 오씨의 생각은 달랐다. 잠을 자는 공간이므로 너무 큰 창은 부담스러워 양쪽 코너에 작은 창을 냈는데 오히려 전체 풍광이 내다보여 훨씬 좋단다.

원래 있던 툇마루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 고재로 다시 만들고 바닥에 디딤돌을 만들어 물기가 있어도 썩지 않도록 신경 썼다. 툇마루의 접이식 폴딩 문도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미닫이문은 양쪽으로 다 열어도 두 사람이 간신히 앉을 수 훀는 공간밖에 나오지 않아 고민 끝에 나온 시도였다. 시공 전만 해도 시골집 마루에 과연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제작해놓고 보니 오히려 장식 효과까지 더한다. 난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모든 문과 창은 여닫이로 하고 이중으로 설치했다.

<계절 따라 변하는 풍광에 신선이 부러울까> 밖에서 보는 외관은 전형적인 농가주택이지만 실내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고재로 만든 부엌문을 열고 들어서면 독특한 문양의 타일 바닥에 창살 무늬 창, 하안 벽과 드러난 서까래 등이 유럽 농가의 부엌 같다. 바닥에 부착한 가마솥도 재밌?. 집을 개조하면서 문씨가 꼭 갖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아궁이다.

“시골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때 가마솥에 밥을 하잖아요. 밥이나 된장국을 끓이는 냄새가 바깥으로 번지면 멀리서도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나요. 그때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집을 고칠 때도 아궁이 부엌은 꼭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지요.” 아궁이에 가마솥을 걸고 불을 때는 공간에는 부엌 바닥에 맞춰 뚜껑을 만들었다. 가마솥을 이용할 때는 바닥 뚜껑을 열고 내려가 아궁이에 불을 때도록 했다. 난방은 되지 않지만 불을 때면 연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도록 해 평소 뷀식을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부엌을 통해 뒤뜰로 나가면 넓은 테라스가 나타난다. 아기자기한 화단과 텃밭도 있는 이곳은 외부 시선과도 차단돼 지인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등 모임을 하는 데에도 그만이다.

집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문씨의 인테리어 솜씨. 공사를 진행한 오씨가 개조한 집을 더욱 예쁘게 해준다며 고마워할 정도다.

문씨는 살림살이를 줄여 꼭 필요한 것만 이곳에 가져오고 공간마다 손수 만든 소품으로 꾸몄다.

어느 한 공간 신경 쓰지 않은 곳이 없다. 가구도 시골집에 맞게 크기가 작아졌다.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찬장이나 이불장도 문씨의 손을 거쳐 자리 잡으니 얼마나 멋스러운지, 오는 이들마다 감탄한다.

무엇보다 문씨의 손에만 들어오면 버릴 것이 없다. 녹슨 철 쓰레받기는 누구나 탐낼 만한 거울로, 못 쓰는 주전자나 깨진 옹기는 화기로 변신한다. 깨진 기왓장 한 개에도 손수 그림을 그려 바닥에 세워놓았다. 정해진 틀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와 달리 이곳은 문씨가 솜씨를 내 꾸밀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자연이라는 배경까지 더하니 더욱 빛을 발한다.

“아이들도 시골집을 ?마나 좋아하는지 몰?요. 도시에서 생활하다 이곳에 올 때면 글이 저절로 쓰인다고 하네요. 지인들도 수시로 찾아와서 적적할 여유가 없어요.” 창고를 개조해 꾸민 손님방을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지인들의 마음을 알겠다. 이곳에 정착한 지 올해로 2년째. 부부의 일상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잔디밭의 풀을 뽑고 꽃을 심으며 정원을 가꾸는 일은 큰 즐거움. 텃밭 농사에도 재미가 붙었다.

오랜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조금은 불편할 게다. 하지만 얼마나 바랐던 전원생활이었나. 불편함은 조금이고, 그보다 훨씬 즐겁고 더 많이 행복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단다.

“어머니께서 살던 곳을 간직할 수 있어 집을 고치길 잘했다는 생각이 하루하루 더해져요. 무엇보다 꽃이 피는 봄도, 낙엽 지는 가을도 좋아요. 겨울에 안방에 앉아 눈 내리는 풍광을 보다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싶어요.”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더 들려주고 싶다는 부부. 평생 그려오던 시골집에서 사계절을 고스란히 즐기며 사는 부부의 삶이 부럽지 않을 이 있을까.

수채화에 관심이 많아 직접 강의를 들을 정도인 문씨는 그만큼 실력도 뛰어나다. 직접 그린 그림도 분위기를 내주지만 어쩌? 이렇게 집과 어울리는 소품으로 장식했는지 감탄이 절로 난다. 깨진 기와 하나에도 꽃이 활짝 핀 나무를 그려 넣어 장식 효과를 내고, 못 쓰게 된 체도 훌륭한 장식품으로 변신시켜놓았다. 바느질 솜씨도 예사롭지 않아 곳곳에서 그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안방에 장식한 이불 미니어처에서부터 문고리 장식품도 눈에 띈다. 격자로 만든 거실 창 하나하나에도 수를 놓은 천을 붙여 모양을 냈다. 나무토막을 다듬어 만든 시계, 약탕기로 만든 화기, 못 쓰게 된 기왓장을 쌓아 만든 담장, 검정 고무신 장식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활용한 장식품도 눈여겨본다면 집 안 꾸밈에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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