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권 중심으로 확산 조짐 … 농업계 우려 커져 올 발생지 대부분 2년째 도져 경기 남부 거쳐 강원으로 이동 27 ~ 32℃ 초여름이 가장 위험 작업도구 소독 등 적극 나서야
저온피해에 이어 과수 화상병까지 확산 조짐을 보여 농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월초 충북 충주에서 시작한 화상병이 강원 원주와 경기 양평에서도 발견돼 북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6월부터 발병 규모가 커질 수 있다며 농가에 기민하게 예방활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발병한 곳에서 또 발병=“설마 우리 지역까지 화상병이 올 줄은 몰랐어요. 나무를 전부 베어야 하니 참담한 심경을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23일 오전 경기 양평군 개군면 내리의 한 사과밭에서 농장주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22일 이 마을 과수원 2곳에서 화상병이 발생했다. 화상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통상 전체 수목의 5% 이상이 병에 걸리면 과수원의 모든 나무를 베어 매몰 처리해야 한다. 이 질병에 걸리면 나무 꽃과 잎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서서히 말라 죽게 된다.
올들어 화상병이 나타난 지역은 모두 10곳이다. 경기지역이 평택·이천·안성·양평 4곳으로 가장 많고, 충남(천안·아산·당진) 3곳, 충북(충주·진천) 2곳, 강원(원주) 1곳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질병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5월초 충북 충주에서 올해 처음 발생한 후 경기 남부를 거쳐 최근에는 강원 원주, 경기 양평까지 번졌다.
문제는 한번 발생하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발생한 지역은 경기 양평을 제외하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화상병이 도졌다. 특히 안성은 2015년 처음으로 질병이 발견된 이후 올해를 포함해 9년 연속 발생했다.
윤대훈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보호팀 주무관은 “질병 특성상 잠복기가 3∼5년 정도로 오래가고 발병 전 이상징후를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한번 발생하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경향을 띤다”고 설명했다.
◆기온 올라가는 6월이 고비=병해충 전문가들은 기온이 올라가는 6월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윤상 강원도농업기술원 병해충대응팀장은 “보통 기온이 27∼32℃ 사이에서 화상병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면서 “초여름에 접어드는 6월에 확산세가 거세지다 7월 이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의석 농촌진흥청 병해충대응팀 지도관은 “23일 기준으로 전국 화상병 발생 규모는 10.4㏊로 지난해 동기 44㏊와 견줘 다소 감소했다”면서 “다만 기온이 올라가는 6월초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했다.
여러 과수 가운데 사과나무가 특히 취약해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진청 한 관계자는 “과수 가운데 사과가 화상병에 민감하다는 연구가 있고, 실제 국내에서 사과농가가 피해를 많이 보는 편”이라며 “현장에서는 <후지> 품종이 가장 취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개별농가의 소독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팀장은 “5월말 이후에는 벌보다는 농기계 접촉, 사람의 이동 과정에서 전파 가능성이 커진다”며 “농가에서는 과수원 출입자나 작업도구 소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농기원에서는 4월초 ‘화상병 간이 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농가에 무료로 배포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심층학습(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스마트폰으로 화상병에 걸린 나무의 병소를 사진으로 찍으면 감염 여부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해준다. 스마트폰에서 도농기원 사이버식물병원 자료실에 접속하면 내려받을 수 있다.
화성=최상구, 양평=오영채, 원주=김윤호, 이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