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농사 스마트 기계화, 관행 대비 노동력 67% 절감…생산비도 절반 감소 효과
농진청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연시회’ 개최 … 농가 주목 고령화 속 밭농업 기계화 더뎌 타기관과 협업해 사업에 ‘속도’ 굴취기·수확기 등 농기계 개발 지역별 맞춤 장비 공급에 박차 농가 “값 부담 … 지원 확대해야”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을 적용하면 관행 대비 노동력은 3분의 2, 생산비용은 절반가량 줄어듭니다.”
23일 경남 합천군 용주면의 한 마늘 포장. 100여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마늘용 밭작물 기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농진청은 이날 관수장비, 비산저감형 드론을 비롯해 줄기절단기와 굴취기·수확기·수집기·예건장치 등 마늘 재배와 수확·저장을 위한 다양한 기계를 선보이는 ‘마늘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현장 연·전시회’를 개최했다.
농촌 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지만 논농업과 달리 밭농업 기계화는 아직 더딘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논농업 기계화율은 2020년 기준 98.6%에 달하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61.9%에 그친다. 그 가운데서도 노동집약적 밭작물 품목인 마늘의 경운·정지 작업 기계화율은 98% 수준이지만 파종은 3%, 줄기절단은 10%, 수집은 2%에 불과해 대부분의 농작업에서 기계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점차 고령화하는 주산지에서 산업 붕괴를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행사가 열린 합천의 경우 2019년엔 마늘 재배농가가 2011호에 달했지만 4년 만에 1411호로 30%가량 감소했다. 노동력이 많이 드는 마늘 재배를 계속할 수 없어 포기한 농가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농진청은 그동안 개발한 밭작물 기계들을 현장에 빠르게 보급하기 위해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을 77.5%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부 목표를 현장에서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5개 ‘종횡무진 프로젝트’의 하나로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 및 현장 확산’을 포함한 것이 눈길을 끌고 있다.
종횡무진 프로젝트는 농진청이 조직 내외부와 협업을 강화함으로써 연구개발과 기술보급 기간을 크게 단축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연구개발-현장실증-기술보급’ 등 기존의 순차적 업무체계를 벗어나 연구(농진청·도농업기술원)·지도(시·군농업기술센터)·농민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통하고 협력한다.
밭작물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 및 현장 확산 가운데서도 농진청은 올해의 핵심 목표로 마늘·양파 기계화 현장 확산을 꼽고 있다. 또 그동안 밭작물 기계화율 향상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던 지역별 토질·품종 편차를 극복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영호남의 토질과 재배 품종에 맞춰 각각 적합한 기계를 개발·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농가가 파종기·수확기 등 각각의 기계를 따로 보유하지 않고도 파종·굴취·수확 등의 작업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일체형 기계’ 개발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연·전시회에 참석한 마늘 재배농가들은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 관행 대비 노동력은 67%, 생산 비용은 47% 줄이는 기술이라는 설명에 도입을 희망하는 농가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높은 가격과 적은 보조금은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연·전시회에 소개된 대부분의 기계가 1000만원이 넘었으며 1억원이 넘는 제품도 있었다.
초계면에서 마늘·양파를 재배하는 이원길씨는 “오늘 선보인 부착기는 대부분이 고가인 데다 (애초에) 트랙터가 없으면 이용도 못한다”며 “융자 가능 금액을 늘리고 보조도 확대해야 기계화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전시회에 참석한 조재호 농진청장은 “마늘·양파는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데 비해 기계화율이 낮아 농가의 어려움이 크다”며 “흙 분리 정도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기계를 개발 중이며, 토양과 재배 품종에 맞게 기계화를 진척하기 위해 주산지 8곳을 돌아가며 연·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 기계화를 통해 농촌 현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천=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