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옥수수 출하지연으로 품귀…“부르는 게 값”
입력 : 2023-05-24 19:20
수정 : 2023-05-26 05:02
산지 이상기후로 생육 부진
수확 늦춰지며 공급량 부족
“다음달 노지물량 쏟아지면
시세 크게 흔들릴 가능성 커”
초당옥수수 생육이 부진해 출하가 지연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초당옥수수.

초당옥수수가 본격 출하철을 맞았으나 산지 출하가 지연돼 도매시장 거래가 일시 중단되고 납품이 취소되는 등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출하 지연으로 향후 물량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거래에 큰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초당옥수수 품귀 현상=최근 초당옥수수가 출하 시기를 맞았으나 제때 공급이 안돼 거래가 중단되는 등 혼선이 일고 있다.

21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에서 초당옥수수 정가·수의 매매 거래가 예약됐다가 취소됐다. 이태민 대아청과 이사는 “초당옥수수 알이 크지 않아 산지에서 거래를 취소했다”며 “밤 기온 저하로 옥수수 알이 꽉 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가락시장 한국청과에서도 10∼12일 초당옥수수 정가·수의 매매를 진행했으나 이후 거래가 중단됐다. 이영진 한국청과 경매사는 “올해는 이상기온 영향으로 옥수수 품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특히 주산지인 경남 밀양·의령 지역에서 수확이 늦어져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급은 부족한데 최근 초당옥수수를 찾는 중도매인이 늘어나면서 출하주와 단가 합의가 잘 안되다보니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매시장에서는 초당옥수수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가락시장의 한 관계자는 “작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품위가 상품 이상인 옥수수를 구하기 힘들다”며 “현재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수급불균형의 주요인으로는 이상기후가 꼽힌다. 권양상 의령 동부농협 차장은 “이달초 하우스 비닐을 제거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저온피해를 봤다”며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낮아지면서 생육이 일시 중단되는 등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최근 밤 기온이 낮은 것도 생육부진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용철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팀장은 “옥수수는 밤 기온이 중요한데, 올해는 예년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며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농민 수취값이 낮았던 영향으로 올해 재배면적이 감소해 생산량이 지난해 490만개에서 420만개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출하기 물량 집중, 홍수출하 우려=초기 출하 지연에 따라 단기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조만간 산지 출하가 원활해지면 일시에 물량이 몰려 홍수출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통 초당옥수수는 5월 중순 밀양·의령 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되며, 6월초 제주도 물량으로 이어진다. 이후 충청지역에서 노지(터널)재배 초당옥수수가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시설재배 초당옥수수 출하가 지연됨에 따라 이후 순차적으로 이어질 노지재배 초당옥수수 출하와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시설재배 출하 초기에는 물량이 적어 인기가 있지만 홍수출하 되면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초당옥수수는 보관 기간이 짧아 빨리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물량이 늘면 소화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매사는 “초당옥수수는 주로 고정 판매처 중심으로 납품이 이뤄지는 품목이라, 만약 6월에 물량이 갑자기 몰리면 품위가 낮은 상품이 가락시장으로 쏠려 시세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우스 찰옥수수 역시 출하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5월말부터 6월초에 찰옥수수가 출하되는데, 산지에서 확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향후 거래에 적잖은 혼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노지 찰옥수수의 경우 저온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주 전남 곡성 옥과농협 과장은 “재배면적은 동일하나 지난해보다 저온피해를 적게 봐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지연 기자 kite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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