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칠레 FTA 개선협상 속도…또다른 먹구름 드리우나
입력 : 2023-05-26 00:01
수정 : 2023-05-26 05:01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7차 협상이 최근 칠레에서 열렸다. 6차 협상 이후 2년 만으로, 코로나19 뒤론 첫 대면이어서 협상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개선협상은 협정 전반을 건드리는 재협상과 달리 일부 상품·서비스에 대한 추가 개방을 논의한다.

칠레는 우리의 첫 FTA 체결국이다. 1998년 온 농업계의 우려와 반발 속에 체결을 추진해 5년여의 진통 끝에 2004년 4월1일 발효됐다. 예상했던 대로 국토가 남북으로 길어 농축산물이 다양한 데다 안데스 산맥 고산지대에 놓여 병해충이 적은 칠레의 농업 경쟁력은 강했다. 질병 청정국임을 앞세운 칠레산 돼지고기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며 이제는 국내 수입량 기준 5위권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포도가 나오지 않는 11∼4월에만 무관세로 수입되는 포도는 감귤 등 시기가 겹치는 과일의 판도까지 흔든다. FTA 발효 전인 2003년 5200만달러였던 칠레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8억2600만달러로 폭증했다.

문제는 돼지고기·포도 등 일부 품목 외 대부분의 품목은 당시 추진되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타결 이후로 양허를 미뤄뒀다는 점이다. 그런데 DDA는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은근슬쩍 발을 빼며 사실상 용도 폐기됐고, 이제 그간 DDA를 핑계로 미뤄놨던 논의를 다시 진행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정확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체결 당시 제외됐던 냉장고·세탁기의 관세 철폐를 원하고 칠레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잖아도 우환에 시달리는 우리 농업계에 또 하나의 먹구름이 드리운 형국이다. 농촌 현장에선 쇠고기·감귤·고추·마늘 등 주요 농축산물이 무관세로 전환됐을 때 받을 타격을 두고 벌써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상 당국은 가전제품 팔자고 농업부문의 빗장을 허무는 우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 국익도 중요하지만 상처가 없어야 좋은 협상이다. 부디 농민들의 우려를 최우선에 두고 협상에 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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