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IPEF 농업의제…농업계 불안
입력 : 2023-03-26 15:33
수정 : 2023-03-27 10:42
참여국 1·2차 협상 종료했지만
정부 비밀서약 따라 내용 함구
미국 요구 SPS 논의 가능성 커
국내 ‘부정적 영향’ 우려 목소리
이미지투데이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담길 농업분야 의제를 지난해 1차 협상 테이블에 이미 올려놓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13∼19일 인도네시아에서 2차 협상까지 마쳤지만 세부 내용은커녕 협상 의제조차 알기 어려워 농업계에서 ‘깜깜이 협상’이란 불만이 높다.

미국 <워싱턴 트레이드 데일리>는 2차 협상이 종료된 직후인 20일자 보도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이번 협상에서 노동·환경·디지털무역·기술지원에 관한 합의 문안을 마련했다”며 “앞서 (1차 협상에선) 무역 원활화, 농업, 서비스 국내 규제와 투명성에 대한 문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차 협상에서 농업분야 의제가 사실상 공식화됐다는 의미다.

정부도 부인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1차 협상에서 농업분야 협정문 초안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시된 초안을 두고 2차 협상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참여국간 ‘비밀서약’ 원칙에 따라 상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일본 등 인태지역 14개국이 참여하는 IPEF는 무역(농업 포함)·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등 4개 분야에 교역과 협력을 확대하려는 다자간 경제협력체다. 지난해 9월 각료선언문을 통해 농업분야에선 ▲농식품 수입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 지양 ▲규제 절차의 투명성 증진 ▲과학과 위험에 기반한 의사결정 고도화 ▲농식품 수출에 대한 부당한 금지 또는 제한조치 지양 등의 원칙을 도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타결 전 비공개 원칙에 따라 세부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이 참여하는 민관전략회의에서 협상 동향을 공유한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참석자들 반응에는 답답함이 묻어난다. 민관전략회의와 분야별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단체에선 “3월에 회의가 있긴 했지만 농업 의제와 관련해선 각료선언문 내용 외에 들은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TFA) 개정협상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나 ‘미·중 무역분쟁 1차 협상’ 등 미국이 비교적 최근 진행한 대외협상의 농업 의제에 주목한다. 미국이 다른 협상에서 강조한 문제를 IPEF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룰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들 협상에선 동식물 위생·검역(SPS) 조치 규제 완화를 통한 무역 촉진, 농업생명공학기술 협력 강화 등이 반영됐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IPEF 농업부문 초안이 비밀주의에 갇혀 있지만 SPS 조치 완화와 농업생명공학제품의 인증절차 간소화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전자변형(GM) 농식품·종자 등이 손쉽게 국내로 들어왔을 때 농업분야나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지금으로선 정확히 계측하기 어려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업계는 IPEF가 관세 인하를 추진하는 협상은 아니지만 SPS 등 비관세장벽 완화만으로도 국내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한다. 이 때문에 농촌 현장의 동의가 없다면 국회 비준 반대 등 가입 철회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는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IPEF 협상 동향과 내용, 농업분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범농업계와 공유하는 동시에 의견 수렴을 위한 소통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9일 ‘농업통상전략포럼 실무위원회’를 열어 IPEF 협상 동향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강효주 농식품부 농업통상과장은 “아직 구체화할 순 없지만 SPS 조치 완화 등으로 농업분야 시장개방 효과가 민감하게 나타날 경우에 대한 협상전략과 국내 대책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농업계 단체 등을 대상으로 2차협상까지의 내용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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