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탄력성의 경제학
입력 : 2023-03-27 00:01
수정 : 2023-03-27 05:01
어떤 제품의 가격 올릴 경우
수요량 변화 계측할 때 사용
한국 경기 급격 둔화로 위기
올해 힘든 봄 잘 넘어서려면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중요
제도 개혁·기술 혁신 등 필수

자연과학의 발달은 사회과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자연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들이 사회과학에도 적용돼서다. 대표적인 예는 물리학 용어인 ‘탄력성’이다.

탄력성은 용수철의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외부에서 힘을 가했을 때 얼마나 늘어났다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탄력성은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수요와 공급에서의 탄력성은 매우 유용한 분석 도구다.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과 공급량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담배 가격을 올리면 수요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계측할 때 활용된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은 상품·시간·지역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또 상품 가격이 소비자들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영향을 미친다. 몇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주택 매매·전세 가격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여기에도 탄력성이 작용한다.

주택이라는 상품은 매우 특별한 재화다. 집은 소비자들의 소득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또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가격이 올라도 공급량이 늘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주택 공급의 탄력성은 단기간에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주택 수요의 탄력성은 높다. 가격이 오르면 좀더 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몇년 동안 나타난 아파트 가격 급등은 투기적 수요가 가세한 결과지만, 수요가 늘었음에도 공급량이 단기간에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 급격한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가격이 내릴 때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세계적인 금리인상의 흐름 속에서 투기 수요의 진정으로 갑자기 수요가 가라앉자 주택 매매·전세 가격은 급락을 보이고 있다.

세계 10위 안에 진입한 한국 경제가 올해 들어 급격한 둔화를 보인다. 경제를 지탱하는 두가지 주력 엔진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고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수도 주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경쟁국의 견제와 미국의 투자 압박이 그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은 적자와 재고 누적으로 이어져 힘든 봄을 맞고 있다.

이런 위기를 한국은 잘 넘어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강한지에 달렸다. 회복탄력성은 탄력성이란 개념에서 출발해 심리학·교육학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어려움을 얼마나 잘 극복해낼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과거를 돌아보자. 경제 개발 이래 한국 경제는 여러 위기를 겪었지만 매번 극복했다. 1997년 외환위기,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탄탄한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증명했다. 결국 지금의 불황에 대한 극복도 한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얼마나 강한지에 달렸다.

똑같이 감기에 걸려도 면역력이 높고 체력이 강하면 빨리 벗어날 수 있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 체질이 강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다. 경제 체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노동력의 질과 양, 유연한 제도, 기술과 지식 등이 핵심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는 노동력이 고령화하는 추세고, 핵심 노동인구도 줄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공백을 메우고 수출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려면 제도 개혁을 통한 기술·지식 혁신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를 압도할 수준의 국민적 역량을 기술·지식 개발에 모아 위기를 극복할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한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