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불법반입 늘어 값하락 생산비도 올라 이중고 시달려 “관세청 감독 소홀…직무유기 제도 정비·법 강력 적용 필요”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부 규탄 시위
중국산 신선양파 과적 밀수와 건조양파 저가신고 등 수입업체들의 불법 행위가 최근 세관당국에 잇따라 적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양파 생산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생산자들은 최근 몇년간 관련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음에도 정부가 방관해 양파농가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22일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대전 관세청 청사 앞에서 ‘수입 양파 관리·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양파 생산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생산자들은 정부의 수입 정책이 지속된 결과 밀수와 저가신고 등 불법 수입이 급증해 수확기 가격 하락이라는 고충을 겪는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지난해에는 정부가 양파 관세를 135%에서 10%로 낮춰 마구잡이로 수입이 이뤄졌는데, 올해는 수확기에 민간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양파를 수입하고 있다”며 “생산비 증가로 고통받는 농민들이 불법으로 수입된 양파 때문에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달초부터 과적 수법을 통한 중국산 양파 밀수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최근 경기 평택세관에서 과적 밀수를 적발해 그동안 농산물 통관 절차에 큰 허점이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본지 22일자 6면 보도).
생산자들은 정부의 방관 아래 이같은 불법 수입 관행이 만연했다며 관세청에 수입 물량에 대한 전수 계측 등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남 회장은 “세금을 도둑질해 잇속만 채우는 수입업자들의 수법에 협회는 매년 관세청에 전수 계측을 요구하지만 관세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일선에서 수입 통관을 관리하는 관세청이 매년 저가신고와 과적으로 밀수되는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세청뿐 아니라 수입 농산물과 관련된 모든 정부 부처는 한국 농업과 농민을 위해 엄격하게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에서 올라온 생산자 대표들도 정부의 수입 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적극적인 대책 마련 요구에 뜻을 모았다.
오창룡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제주지부장은 “민간 수입을 막을 수 없다면 기존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고 적용해 엄격하게 세금을 거두고 법을 집행해야 한다”며 “중량을 속이고 저가신고로 들여오는 농산물은 세금 도둑으로, 민간 수입 양파 전량 계측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생산자들은 기자회견 후 관세청에 그동안 불법 수입 행위를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은 것을 성토하고 관세청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했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2년 전에도 이 자리에서 관세청에 수입 양파에 대한 전량 계측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는데 결국 오늘에야 불법 수입이 적발됐다”며 “그동안 사실상 직무유기가 있던 것으로 판단되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관세청장 면담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저가신고와 과적 밀수 등 불법 수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 농산물에 대해서는 공산품보다 더 엄격한 심사 절차를 적용하고 있고, 앞으로 통관 심사를 더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