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프리미엄] 산나물 이야기 - 매콤한 향과 맛 ‘달래’
오현식의 산나물 이야기 (11)달래 사계절 판매되지만 봄이 제철 매운 향과 맛으로 양념간장 등에 제격
달래가 며칠 전 새싹을 보이더니 어느새 훌쩍 자랐다. 바람이 불고 변덕 심한 날씨에 끄떡없이 자라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달래는 거의 사계절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되지만 봄이 제철이다. 매화가 지고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샛노란 꽃망울을 터트릴 무렵이 제철인 셈이다. 꽃샘추위와 거친 바람을 이겨내며 자라 더욱 맛은 물론 약성이 좋다.
길가나 묵정밭 같은 곳에서 잘 자란다. 산기슭이나 초지 등 환경을 까다롭게 가리지 않는 무던함이 있다. 대개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잎이 실처럼 가늘고 길다. 먹으면 탈이 나는 독초와 쉽게 구분된다.
전국 곳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영하 20℃에서 얼어 죽지 않을 정도로 추위에 강하지만 28℃ 이상의 날씨에는 잠을 잔다. 여름잠을 자다가 가을에 새싹을 밀어 올리는 특성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달래류는 크게 산달래와 달래로 나뉜다. 달래는 산기슭 같은 데서 잘 자라고 산달래는 들녘과 초지에서 잘 자라므로 이름이 혼동을 일으킨다. 생김새와 매운 향과 맛이 나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산달래다.
산달래는 잎이 2~9개이며 길이 21~55㎝, 너비 2~3㎜다. 또 뿌리에서 40~80㎝ 곧게 자라는 꽃대 끝에 5~6월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 꽃이 핀다. 달래는 잎이 1~2개이며 길이 10~20㎝이고 너비 3~8㎜로 산달래에 비해 작다.
달래와 산달래는 매운맛이 나는 파·마늘과 달리 알칼리성 식품이다. 생것 100g당 칼륨이 235㎎으로 특히 많다. 이와 함께 대사 과정에 필요한 아스파르트산 150㎍과 글루탐산 246㎍, 필수아미노산 698㎍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적잖다.
매운 향과 맛이 있어 음식과 요리에 두루두루 쓰인다. 마늘을 싫어하는 어린이를 위한 음식에 제격이다. 특히 송송 썰어 양념간장을 만들 때 넣으면 안성맞춤이다. 콩나물밥이나 부추부침개 등에 곁들이면 음식의 깊은 맛을 더한다.
또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쌈으로 이용하면 매운맛이 누린내를 잡아준다. 머지않아 곧 마트나 시장에 쏟아져나올 오이와 함께 무쳐 먹어도 매콤한 맛과 향이 입맛을 더해 나른한 봄날 밥도둑이 따로 없다. 억센 것은 장아찌로 요리하거나 고추장 항아리 속에 박아 뒀다가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예부터 불가에서 멀리했던 오신채 중의 하나다.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므로 금욕을 실천하고 수행하는 데 방해된다고 해서다. 한방에선 가슴이 아프거나 복통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구토와 이질을 치료하는 데 쓰였다. 매운 향과 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은 살균·항균·항암 작용과 고지혈증 예방 효과가 있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