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학교 구내식당 ‘북적’ … 쌀 소비 확대 기여 올 사업 신청인원 96만명…지원금 적어 68만명만 수혜
고물가 여파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정체된 관련 예산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부터 대학생들의 아침밥 먹는 문화를 확산하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의 학생들은 학교 구내식당에서 3500∼5000원 상당의 아침식사를 1000원만 내고 먹을 수 있다. 농식품부가 1000원,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보조해 사업을 운영하는 식이다.
천원의 아침밥이 호응을 얻으면서 사업 규모는 조금씩 커졌다. 사업 참여 대학과 연간 식수인원은 시범사업을 시행한 2017년 10개 대학, 14만4000명에서 본사업에 들어간 2018년 21개 대학, 27만1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8개 대학, 48만6000명으로 사업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는 참여 대학이 41곳으로 늘고 식수인원도 68만명으로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했다. 물가인상으로 학생들의 식비 부담이 늘면서 사업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농식품부는 당초 올해 식수인원 계획을 50만명으로 잡고 사업 예산 5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올초 대학이 신청한 식수인원은 96만6000명으로 두배 가까이 많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사업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며 “예산상 신청인원을 다 수용할 순 없고 2억원 정도 추가 예산을 확보해 68만명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가 부랴부랴 추가 예산 마련에 나섰지만, 사실 이같은 예산 부족 상황은 일찌감치 예견됐던 문제다. 애초에 사업 예산 자체가 적은 데다 해마다 찔끔찔끔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2017∼2018년 2억원대에 머무르다가 2019년 4억원으로 올랐다. 2020년엔 코로나19 등으로 3억900만원으로 되레 줄었다가 지난해 사업 예산은 5억원으로 책정됐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국 대학 학생회가 모여 결성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해 9월 정부에 천원의 아침밥 수혜 대학을 늘릴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이 학생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 식비를 꼽았다”며 “전국 330개 대학 가운데 천원의 아침밥 시행 학교는 10%도 되지 않는 만큼 수혜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식품부의 2023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15억원 증액을 의결하고 ‘농식품부는 각 대학교가 자체 예산을 확충해 학생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기준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았다. 하지만 결국 올해 사업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5억원 규모로 동결됐다.
고물가시대에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에선 하루에 한정된 천원의 아침밥 식권이 20분 만에 품절되는가 하면, ‘우리 학교도 천원의 아침밥을 달라’는 의견도 일고 있다. 농업계 역시 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혜택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