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식량자급률 목표 이대론 달성 못한다
입력 : 2023-03-20 00:00
수정 : 2023-03-20 05:01

2027년 55.5%.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에서 제시한 식량자급률 목표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이 목표는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식량자급률 제고의 핵심은 농지 확보와 보전, 생산량 증대인데 농식품부가 펴는 정책을 보면 오히려 이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농지법을 개정해 2019년 7월1일부터 농업진흥구역 내 염해간척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한 게 대표적이다. 도로·주택 건설 등으로 그러지 않아도 한해 1만∼2만㏊의 농지가 사라지고 있는데 농지전용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할 농식품부가 오히려 우량농지인 간척지를 앞장서 파괴하는 정책을 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조치 이후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허가가 난 간척지 면적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우량농지 보전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간척지 염해 판정기준 개선과 관련해서도 농식품부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표면으로부터 30∼60㎝ 깊이의 심토를 채취해 염분 농도 5.5dS/m 이상인 농지가 전체 면적의 90% 이상이면 염해간척지로 판정받는데, 이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농식품부는 관련 용역을 2021년 진행했다.

용역 결과 농식품부는 염분 농도를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간척지가 염해 판정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지는 것이어서 태양광 설치도 쉽지 않게 된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용역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최근 규제개혁이 강조되는 분위기여서 대통령과 다른 부처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동진> 등 다수확 벼 품종을 공공비축미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정책도 식량자급률 향상에 역행한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대신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극대화하고, 남는 논에 콩 등 타작물 재배를 늘려야 쌀 수급안정을 이루면서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2027년 식량자급률 55.5%를 달성하기 위해 150만㏊ 농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1년 경지면적은 154만6717㏊였고 그해 식량자급률은 44.4%에 불과했다. 2027년 농지면적이 2021년보다 4만㏊ 이상 적은데도 자급률은 11.1%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은 어떻게 나온 건지 궁금하다.

서륜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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