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농협 조합장상(像)
입력 : 2023-03-19 20:12
수정 : 2023-03-20 05:01

8일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치러 농·축협 조합장 1100여명이 선출됐다. 당선인 모두에게 축하를 전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조합원의 존경을 받는 조합장이 되기를 바라며 일본 농협 조합장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야하다 세이고 오야마농협 조합장을 소개한다.

오이타현 히타시에 위치한 오야마농협은 60여년 전에는 매우 가난한 산촌지역 농협이었다. 조합원이 약 600가구에 불과한 이 농협은 농가당 경지면적이 40a(1210평)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경작 조건이 열악했다. 하지만 1960년대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로 여행 가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농가소득을 높여갔다. 수익성 높은 매실이나 밤을 생산해 농업 방향을 크게 바꾼 덕분에 농가소득을 향상할 수 있었다. 조합원들은 적극적으로 해외로 가 견문을 넓히고 선진 문물을 익혀 농업을 개선했다. 해외여행 경비는 농협에서 무이자로 대출받고, 매실과 밤을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다시 갚았다.

농업 체질 개선으로 가난했던 산촌을 잘사는 농촌으로 바꾼 오야마농협은 신규 사업을 통해 지역을 풍요롭게 탈바꿈했다. 1990년 농산물 직판장 ‘고노하나 가르텐’을 개점하고 2001년 농가 식당을 열어 농업의 6차산업화를 추진했다. 2015년에는 30㏊(9만750평) 규모의 농업 테마공원 ‘이쓰마히메’를 조성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인했다. 이 공원은 일본에서도 가장 인기 있다.

2020년에는 새로운 소득사업을 시작했다. 수익성이 높은 크레송(물냉이)과 팽나무버섯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공공장을 조성해 ‘문산농장(文産農場·산업과 문화가 함께 발전하는 농장)’을 만든 것이다. 농장엔 지역 고령주민을 계약직으로 고용해 노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다만 어르신들이 무리해서 일하지 않도록 원칙적으로 작업은 오전에만 진행하고, 작업장 내부에는 휴게시설을 설치해 언제든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연금소득에 월급까지 받으니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노후를 즐길 수 있다. 오야마농협은 향후 지역 36개 마을 모두에 문산농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최근 오야마농협은 편의점 체인업체 ‘미니스톱’과 제휴해 오야마 산간지역 두곳에 새로운 유형의 편의점을 열었다. 이 편의점에서는 지역농산물과 이를 가공해 만든 도시락 등 간편식을 판매한다. 간편식은 농협 식품가공공장에서 직원들이 직접 생산한다. 밥상을 차리기 어려운 고령가구에게 편리한 한끼 식사로 유용하다.

야하다 조합장은 관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외수사업’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그는 “농협은 농산물 직판, 식품 가공, 식당·공원 운영 등 대외사업을 통해 관외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조합원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면서 “대출 등 금융사업같이 조합원이 부담하는 돈으로 수익을 내는 ‘내수사업’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직원에게는 “농협 직원 월급은 농가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서 번 돈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야하다 조합장의 꿈은 ‘살기 좋은, 전통이 살아 있는 농촌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일본 농촌 가정을 되찾고 싶다”고 말한다. 조부모·부모·손주 3대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되찾아 보전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일본 한 월간지에 대학교수인 고이즈미 다케오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 야하다 조합장을 꼽았다. 지역농가의 소득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같이 조합원과 국민의 존경을 받는 농·축협 조합장이 다수 나오기를 바란다.

현의송 전 농민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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