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영농철을 맞은 우리 농민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어서다. 그러잖아도 일손이 태부족한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보니 일손 구하는 것이 농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일손부족이 고질병이 됐다는 말이다.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적기 영농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다반사다. 농번기가 되면 그야말로 한바탕 ‘일손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다. 당연히 인건비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경영에 부담이 된다. 오죽하면 재배 면적을 줄이거나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까지 생기겠는가.
농민들은 내국인이 농사를 꺼려 일이 조금 서툴고 소통이 힘들더라도 어쩔 수 없이 외국인 근로자를 찾아 일을 시킨다. 그런데 정식 절차를 거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탓에 불법체류 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4월까지 불법체류 외국인을 집중 단속한다고 한다. 실제 농장에서 일하다, 식사하다, 심지어 버스째 붙잡혀 가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농장주에게는 최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벌금까지 부과하고 있다.
일반 산업현장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사실상 농사짓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니 불법체류자라도 불러 일을 시키게 된다. 농민들도 불법인 줄 뻔히 알지만 농사지어 먹고살아야 하기에 법을 어기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적발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불법체류 근로자를 단속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농촌에서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일반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정부 또한 이미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하필 단속 시기가 한창 영농철인 지금이어야 했는가 하는 것이다. 벌써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취를 감춰 농가는 손을 놓고 있다. 농사짓기 참 힘들다. 농민들을 더이상 궁지에 내몰아선 안된다. 법 집행에 융통성을 발휘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