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민을 위한 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입력 : 2023-03-20 00:00
수정 : 2023-03-20 05:01

지난해 8월18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일부 개정됐다. 이 법률 제16조에는 “협업적 농업경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의 출하·유통·가공·수출 및 농어촌 관광휴양사업 등을 공동으로 하려는 농업인 또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 제4호에 따른 농업 관련 생산자단체는 5인 이상을 조합원으로 하여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여기서 기본법까지 들여다보면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까지 명시돼 있다.

안타깝게도 농업·농촌의 공익 기능까지 명시한 이 법률에 문제가 있다. 명칭은 계속 바뀌고 있지만 농촌융복합산업이라는 현재 명칭하에서 국가는 농업인에게 다양한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당연히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이야기해왔다.

농촌융복합산업은 “지역의 농산물·자연·문화 등 유·무형의 자원을 이용하여 식품 가공·제조·유통, 관광 등 서비스업, 이와 관련된 재화 또는 용역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높이는 산업”으로 적시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과 행정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청년농민에게 전화가 왔다. 본인이 설립한 농업회사법인을 농어업경영체로 등록하려면 생산과 가공을 제외한 사업을 등기부등본상 삭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내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나로서는 그 당시 바뀐 법률을 확인하지 않았던 터라 “이제까지 농업회사 또는 영농조합법인들이 생산과 가공을 제외하고 서비스 등의 사업이 있어도 등록이 가능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 청년농민은 “여전히 불가능하다”며 연락해왔고, 다시 확인해보니 바로 서두에서 밝혔던 지난해 8월 개정된 내용 때문이었다.

‘농촌융복합산업’. 단어 그대로 산업이고 농촌과의 융복합이다. 농업과 관련된 서비스라면 농촌융복합산업으로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농업 현장 목소리다. 생산·가공·출하·유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요즘 농업이다. 농업을 매개로 체험도 해야 하고 농업과 관련된 교육도 해야 하며 치유농업처럼 다른 산업과 연계해 농업을 발전시켜야 비로소 그나마 경쟁력이 생기고 농촌융복합산업이 된다.

‘농사를 짓느냐, 농업을 하느냐’라는 화두를 청년농민들에게 꺼내면서 ‘이제는 농업도 사업이므로 농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금, 농민을 위한 법안은 현실과 달리 왜 뒷걸음질 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적어도 농업과 관련된 법을 개정할 때는 현장 목소리를 잘 듣고 반영해야 한다. 현장과 행정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그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농민에게 변화하라고 이야기하려면 행정도 거기에 맞춰 변화돼야 할 것이다. 농민은 점점 변화하고 앞서가는데 행정이 뒷걸음질 친다면 과연 우리 농업이 발전하겠는가? 위기일발이다. 우리 농업은 단순히 시장경제 논리에만 의지해 움직이지 않는다. 국가안보의 근본인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농민으로서, 정책 입안자와 행정가에게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고려한 다방면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정원 미녀농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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