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횡재세는 종부세처럼 부작용 크다
입력 : 2023-03-19 20:12
수정 : 2023-03-20 05:01
고유가·고금리 국민 고통 큰데
정유사·은행 대박 성과급 지급
“횡재세로 이익 환수” 주장 나와
법인세, 이미 초과누진제 적용
초과손실 발생땐 대처 어떻게
다른 계층에 부담 전가 우려도

정유사와 은행에 대한 횡재세 도입 논란이 거세다. 고유가·고금리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정유사와 은행은 이익이 크게 났다며 임직원에게 엄청난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이들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해 이익을 환수하자는 주장이 많다. 횡재세는 외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 초과이익에 대해 법인세 이외에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정치권도 횡재세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을 가했지만 효과가 없었던 것처럼 횡재세도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가와 금리는 공공재라는 면에서 이를 배타적으로 이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초과이익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따라 각국은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가 안정화를 위해 부담금·유류세 등을, 은행에 대해서도 국가가 건전경영을 지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와 은행은 대부분 사기업이라는 점에서 너무 과도한 국가 간섭보다는 시장경제 체계의 틀 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불건전한 경영을 막아 궁극적으로 국민 후생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와 금리는 국제시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급등락 시기에는 초과이익 혹은 초과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초과이익에 대해서만 횡재세를 거론하고, 초과손실이 났을 때는 대안이 없다면 수용하기 어렵다. 영국도 원유 시추 석유사에 횡재세를 도입한 적이 있을 뿐, 우리나라 정유사처럼 원유를 구매해서 정제한 후 판매할 때는 횡재세를 두지 않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유사는 원유를 선도 계약으로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유가 급등 시기에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유가 급락 시기에는 오히려 초과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이 점에서 초과손실에 대한 대안 없이 초과이익에 대한 횡재세만 거론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은행도 국제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가 급등락하면 대출·예금 이자율 탄력성의 차이로 초과 이익·손실이 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일시에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법인세를 더 내게 하면 되지 횡재세까지 추가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9%·19%·21%·24% 등 초과 누진제이므로 법인세에 이미 횡재세의 개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영국은 법인세가 단일세율을 두고 있어서 별도로 횡재세가 거론될 수 있었다.

정유사와 은행은 상당할 정도로 국가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유가와 금리의 급등락 시기에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면 국가도 부담금·유류세·경영지도 등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또 세금은 다른 소득 계층으로 전가되기 쉽다. 집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 폭탄을 가했지만 세입자 등 다른 소득 계층으로 전가돼 실패했던 것처럼, 정유사·은행에 대한 횡재세도 부작용이 크다. 횡재세 도입은 원가와 판매 가격의 상승을 유발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지게 하고 종국에는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국민 후생과 국가 경제를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종부세 폭탄으로 집값을 잡지 못했듯, 정유사와 은행에 대한 횡재세 폭탄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합리적인 관리 제도를 마련해 적기에 시행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점차 개선해가야 한다. 횡재세 도입은 세금 중심의 국가 주도 경제라는 점에서 비효율성이 높다. 시장경제에 기반해 자율적·제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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