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조물 우리곡물] 충남 천안 뚜쥬루 ‘쌀케이크’ 쌀가루로 묽게 반죽 만들어 돌가마서 한겹씩 굽기 반복 케이크 완성에 40여분 걸려 부드러워 어르신들 ‘대만족’ 농가 위해 팥도 국산만 활용
쌀 소비가 매년 줄어 농민들의 고민이 깊다. 밀·콩·팥 같은 다른 곡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국산 농산물이 가진 장점을 살린 빵·과자 등 먹거리가 전국 곳곳에 있다. 몸에 좋고 농가도 살리는 우리 곡물의 매력을 발견하고자 ‘오물조물 우리곡물’ 순례를 기획했다.
충남 천안에는 빵을 주제로 한 ‘마을’이 있다. 바로 뚜쥬루 빵돌가마마을(대표 윤석호)인데, 이곳은 체험용 밀밭부터 제분소·제빵소·가마·카페까지 빵과 관련된 모든 것을 갖췄다. 빵돌가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에만 있는 돌가마 때문이다. 500℃까지 오르는 스페인 화산석으로 만든 돌가마는 빠른 시간 내에 빵을 구워낸다.
특히 뚜쥬루에서는 천안산 쌀·밀·팥·딸기·고구마·꿀 등을 사용한다. 쌀은 천안농협 <흥타령쌀>을 쓴다. 이 쌀은 2021년 팔도 농협쌀 대표브랜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뚜쥬루는 지역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천안에 분점 4곳을 운영한다. 윤 대표는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천안 향토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
쌀케이크는 뚜쥬루가 빵돌가마마을에 케이크만 파는 전용 건물을 따로 둘 만큼 종류가 많다. 손바닥만 한 미니케이크부터 파티용 대형케이크까지 크기도 가지각색이고, 천안산 딸기와 생크림을 얹어 풍미를 더한 케이크까지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쌀케이크는 전용 오븐에서 만든다. 묽은 쌀가루 반죽을 긴 원통 틀에 얇게 발라 구운 다음, 그 위에 다시 반죽을 발라 구워내기를 크기에 따라 16∼23번 반복한다. 케이크 1개를 만드는 40여분 동안 제빵사가 반죽을 한겹 한겹 직접 바르는 완전 수제품이다.
덕분에 케이크를 처음 입에 넣으면 스펀지 같은 부드러움을 느끼고 이어 입 안 가득 퍼지는 버터향에 매료된다. 생크림을 얹은 케이크는 몽실몽실한 생크림 질감과 쌀케이크 시트(빵)가 부드러운 조화를 이룬다. 뚜쥬루의 오랜 단골 류선화씨(40·천안시 서북구)는 “밀가루를 소화하기 어려운 부모님 선물로 쌀케이크를 자주 사 가는데 너무 좋아하신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뚜쥬루에는 또 다른 주연도 있다. 바로 팥제품이다. 뚜쥬루 빵에 사용하는 모든 팥은 천안산이다. 한해 동안 쓰는 팥 양이 20t에 달한다. 빵 8종뿐 아니라 아이스크림·팥빙수·팥라테·찹쌀떡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중국산 팥보다 5배까지 비싸지만 고객에게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고자 매일 국산 팥을 쑨다. 이를 통해 천안 농가와도 상생한다.
2016년 무렵 일이다. 뚜쥬루는 팥을 1㎏당 9000원에 납품받기로 계약했지만 그해 작황이 좋지 않아 팥 가격이 1만4000원대까지 올랐다. 뚜쥬루는 손해를 감수하고 시세에 맞춰 팥을 사들였다. 그 일을 담당했던 곽태정 뚜쥬루 이사는 “지역 농가가 어려울 때 도운 결과 지금도 안정적으로 고품질 팥을 공급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뚜쥬루(Toujours)는 프랑스어로 ‘언제나 변치 않음’을 뜻한다.
천안=황지원 기자 사진=김원철 프리랜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