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전국 농업용수 문화공간 수변테마공원 220m 출렁다리 눈길 복합생태공원 환경체험교실로 제격 신라시대 조성 인공 숲 자연 속 쉼터 슬로시티 통과하며 구석구석 ‘졸졸졸’
농업용수는 오랫동안 우리 농업의 젖줄이었다. 그 가운데 본연의 역할을 지키는 것은 물론, 농촌 어메니티(Amenity·쾌적함 혹은 농촌다움)로서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친수 공간으로 변모한 곳이 있다. 이들은 도시민을 불러모으는 귀한 문화자원이다. 시대가 바뀌어 쓸모 없어진 농업용수 공급용 관개저수지를 복합생태공원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경기 파주 마장호수
마장호수는 2001년 농업용수 공급과 수량 조절을 위해 준공됐다. 그러다 2018년 파주시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마장저수지 일대를 수변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 인근에 전망대, 오토캠핑장, 카누·카약 체험시설 등을 설치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마장호수를 가로지르는 길이 220m의 출렁다리다. 다리 중간에는 방탄유리로 된 구간이 있어 건널 때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호수를 빙 둘러 마련된 4.5㎞ 수변산책로도 가볼 만하다.
충북 충주 호암지 생태공원
호암지 일대에 조성된 29만여㎡ 규모의 복합생태공원이다. 호암지는 본래 충주 달천평야에 농업용수를 대기 위해 1932년 축조한 저수지다. 도시에서 생활 오·폐수가 유입돼 오염이 심해지자 1999년 관개저수지로서 용도가 폐기됐다. 충주시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쓸모 없어진 농업용수를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바꿨다. 수질을 정화하고 주변을 정비해 2.7㎞의 산책로와 습지 생태원, 식물섬 등으로 꾸몄다. 주말엔 청소년 대상으로 환경체험교실을 여는 등 시민 휴식체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경남 함양 상림 농수로
상림은 신라시대 진성여왕 때 지역 태수였던 최치원이 조성한 인공 숲이다. 당시 인근에 있던 하천인 위천이 범람해 홍수가 잦았는데 최치원이 둑을 쌓아 물길을 만들고 주변에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1.7㎞ 둑을 따라 흐르는 물은 지금도 근처 논밭의 농업용수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여름엔 물가 주변에 꽃양귀비가, 가을엔 꽃무릇이 피어 장관을 이룬다. 상림 크기는 9만9000㎡(약 3만평)로 120여종 나무가 심겨 있어 자연 속에서 쉼을 누리기 좋다.
전남 담양 삼지내마을 농수로
창평면에 있는 삼지내마을은 2007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이 지정한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다. 고색창연한 기와집 스무채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풍광도 볼거리지만 특히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마을을 통과하는 농수로다. ‘졸졸졸’ 경쾌한 소리를 내며 논두렁으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이 마을 여행의 묘미다. 마을 이름 ‘삼지내(三支-川)’는 3개의 물길이 만나는 마을이란 뜻이다.
지유리 기자 사진제공=각 시·군, 한국관광공사, 김진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