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총리관저서 한일 정상회담 경제안보대화 출범⋯셔틀외교 복원 공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외교·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약 85분간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25분 가까운 소인수회담에 이어 60분간 확대회담이 진행됐다.
양국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각각 발표문을 냈다. 공동선언문 형식은 아니지만, 한일관계 도약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정상회담에 앞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양국 재계의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 설립 등도 잇따라 발표됐다.
尹 "불행한 역사 극복⋯조속한 관계 회복" 기시다 “오부치 선언 등 역대 내각 입장 계승”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올해는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1998년 발표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되는 해”라며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됐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며 “그간 얼어붙은 양국관계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어왔다는 데 공감하고,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해법 발표를 계기로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별도 발표문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에 대해 “한일관계 정상화에 있어 큰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서는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재확인했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강제징용 등에 대한 사과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과 관련한 한국의 해결책 발표를 계기로 “한일간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교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보·외교·경제 등 전방위 협력 채널 강화
두 정상은 한일 협력을 전방위로 강화하는 채널 복원에도 뜻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와 첨단과학뿐 아니라 금융·외환 분야에서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나가기로 했다”며 “외교, 경제 당국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대북 공조와 관련해선 “고도화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면서 “한일 각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장기간 중단됐던 한일 안보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고 경제안보 협의체를 새로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중단됐던 한일 안전보장 대화, 한일 차관 전략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고 고위급 한·중·일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의 중요성에도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언급하면서 “북한 대응에 있어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 능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갈등도 풀렸다.
윤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우리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도 한일 군사당국은 지소미아에 따라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지만, ‘종료 통보 효력 정지’라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서 ‘완전 정상화’란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정상급 ‘셔틀 외교’ 복원에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 외교를 통해 적극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한국 답방 관련 질문에는 “셔틀 외교 재개에 일치했기 때문에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방한을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일 정상, 긴자 스키야키 식당서 부부동반 만찬
정상회담 이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부부와의 친교 만찬을 위해 긴자 요시자와 식당으로 향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요시자와 식당은 일식 불고기 요리인 스키야키가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 부부는 미리 도착해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으며, 식당 입구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 부부가 식당으로 가는 길에 많은 일본인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며 “요시자와 식당 직원들도 윤 대통령 부부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한데 모여 크게 환영했다”고 밝혔다.
방일 이튿날인 17일 오전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일본 측 친선단체를 접견할 예정이다. 이후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경제인들을 만나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하고 오찬도 함께한다. 오후에는 게이오대학에서 양국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진 뒤 귀국할 계획이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