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안전망 등 맞춤형 농정 위해 농업소득 현황 파악 필요”
입력 : 2023-03-16 17:46
수정 : 2023-03-17 05:01
‘농업분야 소득파악 기반 구축 정책과제’ 보고서
소득감소 피해사실 입증 못해
농민 정책지원 대상에서 제외
재해 빈발 불안정성 완충장치
“농업수입 보장보험 확대 필요”
이미지투데이

# 경남 함안에서 5000㎡(1500평) 규모로 겨울수박농사를 짓는 박씨는 2020∼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수박 판매처를 잃어 큰 손해를 봤다.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유흥업소 등 주요 소비처가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소득이 급감한 박씨는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반영된 농민 대상 재난지원금이라도 받으려 2021년 4월 면사무소를 찾았지만, 담당자에게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매출 증빙서류를 분실해 소득 감소 등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서다.

 

농업소득이 제대로 집계·증명되지 않아 농민이 정책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개별 농가의 농업소득 현황을 파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농업분야 소득파악 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농업소득 신고를 통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소득을 파악함으로써 재해 상황 등에서 농민을 지원할 근거를 확보하고 농가경영 개선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물재배 수입금액이 연간 10억원 이하면 국세청에 농업소득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대다수 농민이 농업소득을 신고하지 않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농업소득은 영농일지나 간단한 경영장부를 작성하는 개별 농가 차원에서나 확인이 가능하다. 농업경영체를 등록할 때 농산물의 생산량·판매액 등 경영정보를 기재하지만, 관련 정보 등록은 농가 자율에 맡기고 있어 전체 농가의 현황 파악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개별 농가의 농업소득 정보가 정확히 파악·관리되면 농가별 경영안전망 제공 등 맞춤형 농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부쩍 높아진 농가경영 불안정성을 완충할 장치로도 농업소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시범운영하고 있는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 등의 제도를 확대하면 예기치 못한 농가의 소득 손실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보험은 손실을 평가하기 위한 농가별 수확량과 매출액 등 농업소득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지만 농업소득자료가 확보되면 손실을 정확히 평가하고 보상금도 현실화할 수 있다.

농경연은 “과거에 비해 납부 환경이 개선됐고 농업소득 신고로 얻는 사회경제적 편익이 매우 크기 때문에 농업분야 과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득 파악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세 부담을 낮추고 소득 파악 절차에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캐나다·일본·미국·프랑스·영국 등 해외 여러 나라가 농업분야에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국의 이같은 정책은 조세를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소득신고자료를 통해 농가경영 현황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정책을 펼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실제 캐나다·일본·미국은 농가의 소득자료를 기반으로 경영손실을 보상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캐나다의 소득안정계정이나 농업투자계정, 일본의 농업경영수입보험, 미국의 농업위험보상제도(Agricultural Risk Coverage) 등이 대표적이다.

김태연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농업소득을 신고하는 체계가 마련돼 (농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 소득을 중심으로 보상하는 체계가 잘 구축돼 있다”며 “우리나라 또한 (소득 기반의 정책 지원 체계를 구축해) ‘세금을 안 내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을 조성하고 농업소득을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지은 기자 s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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