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응답형 버스 기획한 류창남 박사
“수요응답형(DRT) 버스에는 일반 버스에 있는 두가지가 없어요. 바로 노선과 시간표지요. 대신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버스를 불러 탑승하는 교통수단입니다. 어느 쪽이 편리할까요?”
2015년 수요응답형 버스를 기획·도입한 류창남 박사(57)의 말이다. 당시 전북도 물류교통과에서 근무하다가 현재는 전북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자문활동을 하고 있는 류 박사가 수요응답형 버스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계기는 산간벽지의 버스노선에 문제의식을 갖고부터다.
“산간벽지에서 버스를 운영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승객이 적어 적자가 큰데 도에서는 버스 회사에 적자분을 모두 보전해줍니다. 전북 전체의 손실 보전금이 수요응답형 버스가 도입되기 직전인 2014년엔 170억원이나 됐어요.”
큰돈을 들여 벽지 노선을 운영해도 주민 불편은 지속됐다. 사는 곳에서 정류장이 너무 멀고, 하루 한두번밖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생각한 것이 수요응답형 버스였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북미에서는 이미 운영되고 있었다. 아이디어는 떠올랐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요응답형 버스라는 게 기존 법에는 아예 없는 개념이라 법부터 바꿔야 했습니다. 기존 법률에서 노선과 정시성은 버스 운영에서 필수적인 요소였어요. 노선과 정시성이 없는 11인승 승합차도 버스로 인정받도록 해야 했죠. 큰 버스가 진입하기 어려운 마을 곳곳을 다니려면 승합차가 적합했어요. 국토교통부에 정책을 건의하고 공청회도 여러번 열었습니다.”
노력 끝에 수요응답형 버스를 운영할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개정되고 2015년 정읍과 완주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읍 하루평균 버스 이용객은 6명에서 38명으로, 완주는 10명에서 30명으로 늘었다. 주민 만족도 컸다. 아이디어를 낸 지 5년 만이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류 박사가 수요응답형 버스를 도입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교통복지라 답했다.
“교통은 이동권이 달린 생존 문제예요. 특히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버스밖에 없어 더 중요하죠. 버스가 없으면 읍내서 장을 보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은행에서 돈을 부치는 게 모두 불가능해요. 농촌 버스를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한정된 재원으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을 공직자로서 이뤄내야 했어요.”
류 박사 얼굴엔 자부심이 드러났다.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 그의 바람은 수요응답형 버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수요응답형 버스는 나름 전국의 교통 오지를 아래로부터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주=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