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정광태 ‘독도는 우리 땅’
2월22일 일본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고위 관료를 파견한 것을 두고 우리 외교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반복적인 억지 주장을 언제 거둘지, 그들의 행태가 어이없다.
‘독도’ 하면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이 떠오른다. 이 곡은 개그맨 정광태가 우연히 녹음했다가 당시 알 수 없는 이유로 금지되는 등 여러 사연을 담고 있다.
1982년 그해도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이라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우리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그러자 KBS 코미디 방송작가 박인호는 독도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독도는 우리 땅’을 만들었다. 그는 유명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던 <유머 1번지>에서 개그맨 임하룡·장두석·이상운·정광태에게 이 곡을 부르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곡은 코미디 방송용으로 만든 노래에 불과했다. 이후 방송을 본 한 회사가 코믹송을 모아 음반을 내겠다며 개그맨들에게 음반 취입을 제안했다. 가창자로 뽑힌 개그맨 네명이 스튜디오에 모여 녹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기획자가 예고 없이 늦는 것이 아닌가. 한참 주가를 올리던 개그맨들은 자리를 지킬 수 없었고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한가했던 정광태만이 끝까지 남아 있었다. 그렇게 노래 ‘독도는 우리 땅’ 주인은 그에게 돌아갔다.
‘독도는 우리 땅’은 발매 직후 좋은 반응을 얻었고 정광태는 독도의용수비대 30주년 행사에서 감사패도 받는 등 한창 들떠 있었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 가지 못했다. 1983년 4월 알 수 없는 이유로 노래가 금지됐다. 천신만고 끝에 잡은 기회가 사라져 망연자실한 정광태는 그해 11월 허문도 문화공보부 차관에게 호출받았다. 독도 문제에 관심이 많던 허 차관이 격려차 부른 것이다. 이때 정광태는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해달라며 간청했고 노래는 해금됐다.
금지 이유는 훗날 알려졌는데 일본의 왜곡 교과서에 대한 수정 통보, 한·일 정기 각료회담,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를 앞두고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요소를 제거하고자 정부가 금지 조처를 내린 것이라고 한다.
‘독도는 우리 땅’은 2000년대 들어 다른 이유로 또다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KBS에서는 원곡 가사에 등장하는 주소 ‘남면 도동’이 ‘독도리’로 바뀌었기 때문이며 MBC에선 가사 속 ‘대마도’가 문제의 소지가 있어서라고 한다. 현재 방송에선 개사한 버전을 감상할 수 있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란 말이 있다. 훌륭한 인재는 땅의 혼령을 받아 나온다는 뜻이다. 우리가 우리 땅을 소중하게 지키지 않으면 우리 미래도 없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