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R의 공포’ 대응방안은
입력 : 2023-03-05 23:30
수정 : 2023-03-06 05:01
세계적인 경기침체 발생 우려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 암울
투자·일자리·소비 감소 ‘악순환’
정부, 국가경쟁력 제고 전력을
기업, 전략산업 연구개발 확대
국민은 합리적 소비 노력해야

2023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 미국이나 유럽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이 전망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보면 정부는 1.6%, 한국은행은 1.7%,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5%로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암울한 전망을 했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기업 매출이 줄고 투자와 일자리가 감소해 가처분소득과 소비지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다시 생산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경제 활력이 상실된다. 이를 ‘알(R)의 공포’라고 한다. R의 공포는 경기침체(Recession)의 영문 앞 철자인 R을 따서 만들었다. 즉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지배적인 상황을 말한다.

경기침체의 주요 원인은 다양하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 거품이 붕괴하거나 소비·투자·수출 위축 등 경제적인 요인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홍수·가뭄·지진 같은 자연재해 등 비경제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올해 경기가 침체로 진입할지 혹은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경기침체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 현상이 있는가’와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인가’를 꼽을 수 있다.

보통 만기가 긴 채권은 미래 불확실성이 반영돼 금리가 더 높다. 하지만 2023년 1월말 기준 우리나라 단기 국채금리(2년물 3.453%)가 장기 국채금리(10년물 3.318%)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의 강력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기준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22년 3분기에는 0.3%였다. 4분기에는 -0.4%를 보였다.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둔화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향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면 경기침체 진입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현재 세계경제 상황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으며 미국·중국 무역전쟁 전선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기후변화에 따른 도전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에 우리 정부와 민간은 모두 R의 공포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우리는 항상 골디락스(Goldilocks·경제성장률은 높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적은 상태)가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경기는 큰 폭으로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R의 공포가 현실화하면 정부가 대표적으로 꺼낼 수 있는 경기침체 대응 카드는 ‘재정금융정책’이다. 하지만 국내경제 상황은 현재 과다한 국가부채에 더해 고금리·고물가에 놓여 있다. 정부 지출이나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재정금융정책을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제 각 부문에 산재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법인세를 인하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도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불필요한 비용을 과감히 절감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바탕으로 위기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노상환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