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과거 이수만 기억 속의 힙합과 댄스
입력 : 2023-02-27 00:02
수정 : 2023-02-27 05:01
[그 노래 그 사연] 현진영과 와와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수록한 현진영과 와와 2집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창업자 이수만은 케이팝(K-Pop)에서 가장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이수만이 없었다면 오늘날 BTS는 없다고 할 정도로 그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남겼다. 그가 1986년에 회사를 차리고 마침내 거대한 아이돌 제국을 건설한 이면에는 1996년에 아이돌 H.O.T.를 결성해 성공을 거두기 전 내놓은 그룹 현진영과 와와의 곡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있었다.

창업 당시 이수만은 미국 팝시장에서 보비 브라운, MC 해머가 가위춤·탭댄스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그가 다른 매니저에게 댄서를 소개받기로 하고 만난 첫 인물이 이주노였다. 하지만 이주노와는 생각이 잘 맞지 않았고 결국 현진영을 캐스팅했다.

한편 이수만은 현진영 혼자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서울 이태원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댄스대회에서 1등을 한 2명의 댄서를 영입해 와와로 명명했다. 이들이 훗날 1996년 ‘꿍따리 샤바라’를 부른 클론 강원래와 구준엽이다. 그렇게 탄생한 현진영과 와와는 노래 ‘슬픈 마네킹’을 발표하고 호응을 얻었지만 와와가 군에 입대하는 바람에 새로운 댄서를 영입해야 했다. 그들이 바로 김성재와 이현도다. 현진영과 와와 2기가 부른 노래가 ‘흐린 기억 속의 그대’였다. 뉴잭스윙 장르라 불리는 힙합과 댄스가 결합한 이 곡은 대한민국 1990년대 10∼20대였던 X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수만은 힙합 모자에 후드티를 입고 노래하며 춤추는 현진영과 와와에게 열광하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멋진 미래를 상상했을 테지만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진영이 마약 복용으로 구속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부와 명예에 다다른 듯했지만 결국 성공은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이수만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가수를 일찍 발굴해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필요성과 음반 구매력이 성인이 아니라 10대에게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케이팝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댄스뮤직, 포인트 안무, 연습생 제도, 매니지먼트 시스템, 10대 공략이 이 사건 하나에 집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전능사귀신(有錢能使鬼神)’이란 말이 있다.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뜻이다. 돈을 가진 자들이 SM 경영권을 획득하기 위해 혈안이다. 하지만 가난이 모여 부가 되듯 그들의 부와 명예가 순수한 한명 한명의 팬들이 사준 음반과 상품에서 나온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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