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농업 부가가치의 선순환
입력 : 2023-02-20 00:01
수정 : 2023-02-20 05:01

직장을 다니며 6평 실험실에서 스마트팜을 시작했던 내가 벌써 5년차 농부가 됐다. 그간 좌충우돌했고 고민도 많았지만 항상 고민은 한가지로 귀결됐다. 농업 부가가치의 선순환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은 스마트팜이 고비용 사업이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귀농하기 전 내가 선택했던 스마트팜은 일체형 스마트팜이 아니라, 직접 만지작거리며 개량해서 쓸 수 있는 업체의 제품이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코딩도 할 수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가 아니라 기업에서 일체형 스마트팜을 사서 시스템을 운영하고 기계설비를 돌리는 농가라면 운영비용은 더 상승할 테다. 더구나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니 어디를 손봐야 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5년치 모았지만 아직까지 농업에서 데이터의 한계는 여전하다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를 5년치나 모았다면 이제 이 정도 습도면 약을 뭘 뿌려야 되겠다는 것은 다 데이터가 예측해주는 것 아니냐”고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나마 습도는 측정이나 예측이 쉬운 편인데, 여타 기준은 측정이나 추후 대응은 가능해도 예방은 쉽지 않다.

더구나 기후변화가 극심해졌다는 것도 예측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제아무리 온실농사를 짓는 농부라도 한해 한해 기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한해는 태풍이 몰아치다가, 다른 한해는 가뭄이 극심하다보니 영농경력이 있는 농부든 초보 농부든 정신을 차리기가 어렵다. 데이터도 기후변화 앞에선 종잡지 못한다.

스마트농업에 대한 또 다른 환상이 있지 않나. 서울에 있는 농부가 강원도에 있는 파프리카 온실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며 미소를 짓는 모습이랄까. 그러나 이런 환상과는 달리 농업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마트팜은 기본적으로 고비용 산업이다. 스마트팜을 통해 대체되는 노동력을 다른 생산적인 일에 투입해야 하는 게 본래 취지에 맞을뿐더러, 그래야 생계도 가능해진다.

나는 농사를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했지만, 그다음에는 충남 부여의 991㎡(300평) 임대농장으로 옮겨 갔고, 지난해부터는 4628㎡(1400평) 정도로 늘렸다. 지금도 조금씩 더 늘려가려 한다. 농업 생산이 자동화한 부분만큼 생산량을 더 늘려야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이다.

수지타산을 고민하다보면 바로 부가가치에 대한 고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농업은 언제쯤 반도체처럼 생산공정이 고도화·자동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보면 바로 농업 생산물의 부가가치와 농민 인건비에 대한 고민에 이르게 된다.

초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는 거의 완전 자동화했고, 그다음 단계로 자동차나 가전 생산공정이 자동화하고 있다. 아마도 농업은 가정 내 노동이 완전 자동화한 이후에나 자동화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불법체류자가, 즉 비정상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사람들이 농업계에서 일을 하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데 아직 농업 자동화는 그 너머의 일 아니겠는가. 농업 자동화는 농업 부가가치를 높일 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김영웅 (달음농장 대표)

  • 김영웅 달음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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