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세계 경제 위협하는 포퓰리즘
입력 : 2023-02-20 00:01
수정 : 2023-03-03 01:37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연준 고금리 정책도 안 끝나
선거 불복 진통 겪는 브라질
미 정부 예산집행 중단 우려
갈등 부르는 전략 구사 지양  
포용적 성장 가치 깨달아야

세계 경제에 대한 매우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2023년이 시작됐지만, 정작 최근 미국 증시는 훈풍을 타고 있다. 지난달말 나스닥 지수는 올초보다 11%나 급등해 2001년 이래로 최고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은 미국과 세계 경제가 호황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당초 비관적 전망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를 보임과 동시에 금리도 안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을 낳게 했던 근본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세계 공급망을 물리적으로 마비시킨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백신이 충분히 공급됐던 선진국의 경우 소강 국면이지만, 백신에서 소외됐던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중국에서는 언제 또 다른 변종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두번째 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20년 넘게 집권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측근들이 러시아 경제의 모든 이권을 독점하는 ‘도둑정치(Kleptocracy)’를 이어왔다. 그 결과 점차 피폐해지는 경제 여건과 부패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서방 세력에 대한 적개심으로 해소하고 독재 정권을 공고화하고자 야만적인 전쟁을 시작했다. 한편 이런 야만적 전쟁을 지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미국 내 포퓰리즘 세력이 여전히 준동하는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은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트럼프가 임명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초고금리 정책을 펼쳐 전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는 가운데 고금리 정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함께 트럼프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웃도는 ‘묻지 마식 현금 살포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결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그 해법은 공급망을 회복하려는 노력과 포퓰리즘 현금 살포 정책의 중단이다. 그러나 공급망 복원을 위한 노력 없이 파월 의장은 금리만 초고속으로 올려서 개도국들의 통화가치를 폭락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고약한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을 이어간다. 역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에 더해 브라질에서도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세력들이 정부 청사를 점거하는 폭력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2021년 트럼프를 지지했던 세력들의 미국 의회 점거 사태를 재연한 모양새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추종하는 성향의 후보들에게 등을 돌렸음에도 여전히 미국 의회 내 일부 세력은 미국 정부 부채 상한(Debt ceiling) 조정을 거부하며 예산 집행을 중지하겠다고 협박한다. 부채 상한 조정 거부는 미국 의회가 이미 합의해 결정한 예산안의 집행을 위한 행정절차를 중단하는 행위다. 그런데도 이들 세력은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지출 확대를 중단하고자 몽니를 고집한다. 미국 정부의 예산 집행이 중단되면 미국 국채 상환 중단 사태 등 또 다른 세계 경제 불안의 시발점이 될 우려가 있다.

포퓰리즘 세력은 집권층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갈등을 유발하고 소수 집단에 대한 적개심을 일으켜 정치적 지지를 공고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이들 세력의 폭력적 유혹을 물리친 미국과 유럽·브라질의 유권자는 포용적 발전의 가치를 믿는 합리적 유권자다. 이들은 유권자가 승자독식이 아닌 패자부활과 포용적 성장의 가치를 믿는 합리적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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