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한달…‘최다 모금’ 전남 7억 불과,답례품 못 정한 지자체까지
입력 : 2023-02-08 00:00
수정 : 2023-02-08 05:01
2023 고향사랑기부제 GO!
‘시행 한달’ 현황과 개선방향
경북·전북·경남·강원 뒤이어
모금액 기대에 크게 못 미쳐
답례품 지역상품권 쏠림 속
농산물 입지 조금씩 넓혀가
홍보제약 풀고 한도 높여야

자신이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자유롭게 후원금을 낼 수 있게 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가 시행 한달을 넘어섰다. 지방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시행됐지만 아직까지 기부금 규모, 지역경제 파급효과, 국민의 제도 이해도 측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시행 한달을 맞아 광역·기초 지자체별 모금 현황, 답례품 선호도 등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해봤다.

1월1일 시행한 고향사랑기부제가 한달을 맞았으나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유명인을 앞세워 본격적인 모금 경쟁에 돌입했다. 자신의 고향인 전남에 기부를 독려하는 가수 송가인(왼쪽), 제주의 한 NH농협은행 지점을 방문해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기탁한 전 야구선수 이대호의 모습.

◆아직 모금액 10억원 넘은 광역지자체 없어…전남지역 가장 많아=고향기부제를 시행한 이후 특·광역시를 제외한 광역지자체 가운데 합계 모금액이 10억원을 넘은 곳이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각 도청, 시·군청 등에서 자료를 수집한 결과 1월29일 기준 전남지역이 7억630만원으로 가장 많은 모금액을 기록했다. 기부 건수 3270건을 고려하면 1인당 20만원 정도 기부한 셈이다.

경북지역은 3159명이 6억9550만원을 걷어 2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전북지역(4억9000만원)·경남지역(3억9200만원)·강원지역(3억54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초지자체 가운데서도 1억원을 넘어선 곳이 거의 없었다. 가령 경북에서 1월29일 기준 가장 많은 기부금이 걷힌 곳은 예천군으로 8900만원대였다. 의성군(6457만원)·경주시(4900만원)·영덕군(4320만원)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도 관계자는 “아직은 시행 초기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소멸위기 지역을 중심으로 기부금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인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경남은 1월30일 기준 김해시(7144만원)·합천군(5624만원)을 필두로 함양군(2985만원)·통영시(2500만원) 등이 기부금을 많이 쌓은 지자체로 이름을 올렸다. 서정선 도 세정과 고향사랑기부담당은 “아직 한달여밖에 지나지 않아 모금액이 저조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11월 이후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준비 시기에 돌입한다. 이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고향기부제에 주목할 것”이라며 “이 시기를 염두에 두고 집중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답례품 선정 안된 곳도 많아…농축산물 인기 조금씩 높아져=일부 지자체에서는 한달이 지났는데도 답례품조차 정해지지 않아 기부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화성시·과천시·평택시 등은 1월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답례품을 내놓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랴부랴 지역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도농복합 지역인 김포시 역시 1월27일이 돼서야 겨우 답례품 선정위원회를 꾸렸다. 화성시는 이달에 답례품 공급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계획만 내놨다.

지역화폐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고향기부금을 낼 수 있는 ‘고향사랑e음’ 누리집에 들어가보면 유독 지역화폐가 일찍 소진된 지자체가 꽤 눈에 띈다. 경남지역 역시 1월 한달 답례품 선호도를 집계한 결과 ‘경남 지역사랑상품권’이 돼지고기(2위)·쌀(3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다만 지역을 대표하는 농축산물이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시간이 지날수록 평소 접해보지 못한 농특산물을 고르는 기부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지자체 고향기부제 담당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강원지역에서는 한우·감자·버섯 등이, 제주는 돼지고기와 감귤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우리 지역이 다양한 농특산물·임산물 답례품을 갖췄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기부했다는 사람이 꽤 많다”면서 “양질의 답례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역 농업·임업·수산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를 지정해 기부한 사람의 선호도에서도 농축수산물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치류와 쌀이 각각 15%로 가장 인기가 좋았고 한우(8%)·한과(7%)·영광굴비(6%)도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다.

◆홍보 방식 제한한 것이 모금액 저조 이유=이처럼 모금액이 저조한 것은 지자체가 홍보활동을 하는 데 법적 제약이 많아서라는 지적이다.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살펴보면 개별 전화와 서신, 호별 방문, 향우회나 동창회 같은 사적 모임에서 모금 홍보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도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이해도가 높지 않은 사람이 많은 만큼 개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보편화한 시대인데 개인에게 홍보활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면서 “시행 초기인 만큼 대중에게 제도를 널리 알리고 그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부 한도인 500만원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기업인이나 연예인·사회지도층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기부할 수 있는 누리집이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고향기부제와 비슷한 고향납세를 먼저 시작한 일본에서는 기부액의 90%가 민간이 운영하는 누리집을 거쳐 지자체로 흘러들어간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기부자와 지자체를 연결해주는 고리가 많아질수록 유리하다”면서 “행안부에서는 전체 통계 집계와 같이 큰 틀의 역할을 하고 나머지 모금활동은 민간에서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문수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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