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주의’로 격상 3일 오후 1시~6일 오후 8시 감시 인력 집중 배치, 법 위반 때 '무관용' 원칙
정월대보름(5일)을 맞아 전국에서 관련 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발생으로 중단됐던 대면 행사가 4년 만에 재개되는 만큼 기대감이 고조된다. 모처럼의 나들이 계획으로 들뜬 이날, 떨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산림청이다.
정월대보름의 주된 민속놀이 중 하나는 달집태우기. 늦은 오후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 올린 무더기에 불을 질러 태우며 노는 세시풍속이다.
옛 조상들에게 대보름달은 풍요의 상징이고 불은 모든 부정과 사악을 살라 버리는 정화의 상징. 대보름달 아래서 달집을 태우면서 질병도 근심도 없는 밝은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민속학자들의 얘기다. 일부 지역에선 달집이 탈 때 고루 한꺼번에 잘 타오르면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 든다고 점치는 곳도 있다.
그러나 현실 속 달집태우기는 부작용도 남긴다. 바로 산불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월대보름 기간에 연평균 7건의 산불이 발생해 산림 44㏊가 소실됐다.
코로나19 발생으로 대면 행사가 거의 없었던 기간에도 산불이 발생했다. 2020년 5건, 2021년 6건, 2022년 5건 등이다. 특히 지난해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건수로는 5건에 그쳤지만 불에 탄 산림 면적은 417㏊나 됐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풀린 올해엔 쥐불놀이·달집태우기 등 전국에 예정된 행사만 635개. 최근 전국에 비가 자주 내리지 않으면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된 상태다. 산불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3일 오후 1시를 기해 전국에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주의 경보 적용 기한은 6일 오후 8시까지다. 이 기간에 경계근무를 강화하는 등 산불 예방·감시체제를 확고히 한다는 게 산림청의 방침이다.
산불위험이 큰 지역과 시간대에 감시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드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활용해 사각지대 감시를 강화한다.
앞서 산림청은 지난해 11월15일 산림 인접지 100m 이내에서 그동안 예외적으로 허용하던 일부 소각행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 정월대보름 행사 때 이를 어기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만주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안전한 정월대보름을 위해 무엇보다 산불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