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을 병원 찾기 힘든 농촌…‘수가 추가지원’ 약발 먹힐까
입력 : 2023-02-02 23:59
수정 : 2023-02-03 05:01
분만 산부인과 감소세 지속
시·군·구 30% 한곳도 없어

정부 “의료취약지 보상 확대”
의료계 “재정지원 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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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경북 경산 임신부들은 ‘원정 출산’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마지막 남은 분만 산부인과가 이용자수 감소 등을 이유로 분만실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해당 산부인과 입원 환자수는 2016년 5700명에서 2021년 2100명으로 5년 사이 60%가량 줄었다. 전남 무안과 완도도 지난해 마지막 남은 분만실이 문을 닫으면서 분만 사각지대가 됐다. 이처럼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저출산과 분만 인프라 붕괴가 꼬리를 무는 가운데, 정부 대책은 지금까진 ‘백약이 무효’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경기 안성)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전국 분만 산부인과는 584곳으로, 10년 전 929곳에서 345곳 줄었다. 2021년(671곳)보다도 87곳이나 감소했다.

그나마도 수도권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서울 강남구는 분만 산부인과가 9곳이나 되는 반면 전국 226개 시·군·구의 30%에 해당하는 68곳은 분만 산부인과가 한곳도 없다. 대부분은 군단위 농촌지역이다. 인구가 적은 시골에서 산부인과 개원을 꺼리고, 있던 곳마저도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문을 닫기 때문이다.

정부가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대책은 헛돈다. 정부는 2016년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발표하면서 당시 37곳이던 분만 취약지를 2020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분만 환경이 그야말로 최악인 ‘A등급 분만 취약지’만 30곳(2021년 기준)이나 남아 있다. 정부가 한쪽에 분만실 설치를 지원해도 다른 쪽에서 전문의 감소 등으로 새로운 취약지가 발생하면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임기 여성이 극히 적은 농촌은 산부인과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분만실을 24시간 운영할 의사를 구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분만 취약지 임산부가 건강 상태 모니터링 등 의료서비스를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업도 2020년부터 3년간 시범운영되다 최근 종료가 결정됐다. 시범사업 의료기관이 7곳에 그칠만큼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정책 공전으로 농촌에선 ‘출산율 저하→분만 산부인과 폐원→분만 환경 악화에 따른 젊은 인구 유입 감소→출산율 저하’ 악순환이 펼쳐지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의료 여건이 취약한 지역 산부인과에 수가를 추가 지원한다고 밝혀 관심이 쏠린다. 복지부는 1월31일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통해 지역별로 차등화한 분만수가(100%)를 지급하고, 의료사고 예방 등 안전한 분만 환경을 조성한 의료진에게는 추가로 안전정책수가(100%)를 주겠다고 밝혔다. 농촌지역 의료기관에 보상을 늘려 이들의 이탈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현재 산부인과 보험수가로는 종합병원이 산부인과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분만 취약지 종합병원에 산부인과 진료과목을 개설하는 경우 우선 인건비 등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지역가산수가도 (정부가 고려하는) 100%에서 최소 500%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국공립 의료원이나 일정 규모 종합병원에 산부인과를 필수적으로 개설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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