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수가 7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1월31일(현지시간)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국립보건통계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366만명이 태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361만명)보다 5만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미국에서 신생아가 늘어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미국도 저출산 문제로 속앓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인구절벽 현상에 고심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미국 신생아수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2014년 399만명을 기록한 이후 2019년까지 연평균 1~2%씩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2020년 신생아수는 전년보다 13만명 줄어 4%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을 두고 “세대교체를 이루기에 역부족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지난달 발표한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올해 3억3600만명에서 2053년 3억7300만명으로 매년 평균 0.3%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1983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평균 인구 증가율 0.8%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1년 출산율 하락은 정해진 수순처럼 보였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가 커서다. 이번 상승세 전환은 그 예측을 비껴간 셈이다. 지난해 인구 1천명당 출산율(11%)과 15∼44세 여성 1천명당 출산율(56.3%)도 모두 7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각각 전년보다는 0.1%포인트와 0.6%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신중론이 제기된다. 미국 CNN은 질병예방통제센터의 분석을 인용, ‘코로나 베이비 범프(bump)’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범프’는 장기적인 추세에 붙는 ‘붐’과 달리 ‘가벼운 반등세’를 뜻한다.
미국 ABC도 이번 반등이 2020년 여성들이 건강과 경제상의 이유로 출산을 미뤘다가 지난해 한꺼번에 아이를 출산하면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라 헤이포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인구조사연구소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재택근무가 확산됨에 따라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며 장기적 추세를 전했다.
실제 지난해 신생아수가 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유행 전인 2019년 375만명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출산 연령도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지난해 첫 출산 여성의 평균 나이는 27.3세로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베이비’ 무탈하나
임신 중 코로나19에 걸린 산모와 태아의 건강엔 영향이 없을까.
미국 CNN은 임신 중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임산부의 사망 위험이 7배로 증가하고 신생아의 건강 위험도 커진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조지워싱턴 공공보건대학 연구팀은 12개국에서 나온 서로 다른 연구 12건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엔 산모 1만3000명이 포함됐으며, 이 중 2000여명이 임신기간에 코로나19 확진 혹은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된 산모는 그렇지 않은 산모에 비해 사망할 위험이 7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중환자실 신세를 질 수 있는 위험은 3배 이상,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게 되는 위험은 15배, 폐렴이 생기는 위험은 23배였다.
또 임신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에게 임신중독증·혈전·혈압상승에 따른 건강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들이 낳는 신생아가 중환자실에 들어갈 위험 또한 갑절이 됐다. 조산아 출산 위험도 컸다. 실제 코로나가 유행했던 2021년 조숙아 출산율은 10.5%로 가장 높았다.
이시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