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박물관 SNS 이어 중국계 집단 공격
설 연휴 동안 음력설(Lunar New Year) 표기에 딴지를 거는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이 빗발쳤다. 이들은 영국박물관의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 트위터 게시물에 트집을 건 데 이어 디즈니랜드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Disneyland)에도 “음력 설이 아니라 중국설(Chinese New Year)”이라는 주장을 담은 댓글 폭탄을 쏟아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트디즈니가 운영하는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는 공식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계정엔 12일(현지시간) 설 명절을 앞두고 게시물을 올렸다. 디즈니의 특색을 가미한 독특한 요리로 디즈니랜드에서 음력설을 맞으라며 설 특선 음식을 소개하는 사진을 올린 것.
그러자 이들 게시물에는 중국계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음력 설’ 대신 ‘중국 설’을 써야 한다며 쓴 댓글이 300여개씩 달렸다.
한 네티즌은 중국어 간체자로 “춘절은 중국 전통문화로, 한국과 베트남이 주인행세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일부 이용자는 “중국의 음력 체계는 양력이 혼재된 것이어서 중국만의 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명절을 강탈(steal)했다”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유럽계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사람들이 ‘중국 설’ 표현을 원한다는 것은 민족주의적 거짓말”이라며 “같은 날을 베트남에서는 ‘텟’이라고 부른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잡음에도 디즈니랜드는 설이 지난 25일 현재까지 음력설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디즈니는 20일(현지시간)엔 “2월15일까지 행운의 토끼 오스왈드와 그의 여자친구인 고양이 오르텐시아와 함께 새해를 축복하자”는 게시물을 추가로 올렸다. 역시 트위터엔 130여개, 인스타그램엔 300여개 댓글이 올라온 상태다.
디즈니는 최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예로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 플러스’가 최근 방영한 ‘미키마우스 펀하우스’ 시즌 2 중 ‘구피는 그걸 싫어해’ 편에는 미키마우스와 도널드덕 등 캐릭터들이 음력설을 맞아 한국 여행을 떠나고 설날 체험을 한다는 내용이 등장하기도 했다.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도 20일(현지시간)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홍보문구에 ‘한국 음력설(Korean Lunar new Year)’ 문구를 적었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댓글 폭탄에 시달리다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했다. 이후 영국박물관은 이틀 후인 22일 토끼를 안고 있는 청나라 여성의 그림을 올리며 해시태그에 ‘Chinese New Year’(중국설)이라고 적어 게시했다.
이와 관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아시아권 최대 명절인 설을 ‘음력설’로 표기하자는 캠페인에 나섰다가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서 교수는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수천개 중국 누리꾼 계정을 차단했고,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까지 합치면 1만여개는 될 듯하다”면서 일부 사례를 공개했다.
류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