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기후위기가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예정인 가운데, 포럼에 참석하는 각국 주요 인사들이 전세기를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환경연구그룹 CE 델프트(CE Delft) 조사결과를 발표, 지난해 다보스포럼 기간(5월 21~27일) 동안 전세기 1040대가 개최지 주변 공항에서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포럼이 열리지 않는 평소 때와 비교했을 때 2배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53%는 비행거리가 750㎞에 미치지 못하는 단거리 운항이었다. 비행거리가 50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38%에 이르렀다. 심지어 21㎞를 이동하려고 전세기를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거리를 비행기로 이동한 셈이다.
그린피스는 “다보스포럼 참석자들이 무분별하게 전세기를 이용하면서 지난해 행사기간에만 9700t에 이르는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됐다”며 “승용차 35만대가 일주일 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다보스포럼은 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주(州) 다보스에서 열리는 행사로 세계 각국의 정·재계, 언론계, 학계 유명 인사가 모여 주요 현안을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 16일(현지시간)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열리는 포럼은 기후변화를 지속가능한 세계화의 주요 위협 중 하나로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여러 세션을 마련했다.
그린피스는 “세계 인구의 80%는 비행기를 한번도 타본 적이 없는데, 비행기 배출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전념한다던 다보스포럼이 '전세기 대풍년(private jet bonanza)'을 맞게 한 건 위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전지구적 합의안으로 2016년 체결됐다.
무분별한 전용기 사용 논란은 해외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마케팅 회사가 전 세계 유명인들이 전용기를 통해 배출하는 탄소양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일부터 7월20일까지 전용기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3376.64t이었다. 일반인이 한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평균치의 48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기후위기의 경각심을 강조해오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7개월 동안 170번 비행기를 띄웠던 것으로 드러나 대중들의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한편 유럽 각지에선 ‘불안할 정도로 따뜻한 1월’을 보내고 있다. 미국 CNN은 3일(현지시간) 기후학자 막시밀리아노 에레라의 조사 결과를 인용, 새해 첫날 유럽에서 최소 8개국이 역대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시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