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소농의 상생하는 가공산업을 위해
입력 : 2023-01-16 00:01
수정 : 2023-01-19 17:17

우리는 약초를 건조하여 볶거나 추출해 간편하게 차로 마실 수 있도록 가공한다.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다듬어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약초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가공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다.

우리가 만드는 밀키트는 손질된 채소와 그 외 식재료가 간을 맞춘 양념장과 함께 들어 있어 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다. 처음 귀농했을 때는 농사 잘 짓는 법에만 몰두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사실 가공은 농민에게 절실한 생계 수단이자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내가 재배하는 작물을 깊이 알게 되었고, 어떻게 쓰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져서다. 가공은 농사만큼 손이 많이 가는 노동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농산물을 가공할 때 대부분의 농민은 까다로운 규제와 절차 때문에 기계 설비를 갖추는 데 부담을 느끼고 가공품 유통·판매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가령 우리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해 즉석 제조 허가를 받아 주로 온라인 판매를 하지만, 우리처럼 즉석 제조하는 농민은 로컬푸드 판매장에 가공품을 진열할 수 없다. 따라서 옆 동네 주민들도 우리 가공품을 가까운 로컬푸드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는다. 또 가까운 동네 학교에 건강한 지역 농산물로 만들어 탄소를 줄이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만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시설에서 가공한 농산물이 아니라면 어림도 없다.

이와 관련해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건 어떨까. 일본 농촌 마을에는 농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공 ‘공방’이 활성화해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필자가 일본 농업 연수를 갔을 때 로컬푸드 매장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 가공품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일률적인 대기업 중심의 식품가공 규제가 아닌 농가 사정에 맞는 맞춤형 허가를 내는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으며, 소비자도 대기업 제품보다 더 비싼 농가 가공품이 더 건강한 자연식품이라고 인식한다.

지난해 ‘소규모 농가부엌법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알게 된 미국 사례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미국 ‘소농식품법(Cottage Food Law·코티지 식품법)’이 그 예다. 지역별로 일정 금액 이하라면 어떤 규제 없이 농민이 자신의 부엌에서 만든 식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다. 무려 50개주 가운데 49개주가 시행한다고 하니 우리도 꼼꼼히 따져보고 반영한다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농식품 가공은 농민이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해 소비자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이자, 농가별로 독특하고 다양한 맛을 제공해 지역 식문화를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다. 또한 사라져가는 전통의 맛을 지키는 방편으로서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가 소득을 증대해 먹거리 생산자인 농민의 지위를 높이고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농촌 살림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는 소농이 그때그때 자신의 부엌에서 주도적으로 가공하고 지역 매장에서 판매하는 행위가 합법적인 권리로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 박효정 농부와 약초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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