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결혼과 출산의 경제학
입력 : 2022-12-12 00:00
수정 : 2022-12-11 10:09

사람들의 일상행위 기준

이익 좇고 손실 줄이는것

4인가족 형태의 편익보다

자녀 기르는 비용 훨씬 커

한국 출산율은 ‘세계 꼴찌’

경제학 관점 해결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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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상당히 오만한 때가 있었다. 경제를 분석하기 위해 개발된 분석수단을 사회분야에 다양하게 적용했던 시절이다. 정치적·행정적 의사결정에도 경제학적 판단 기준과 분석기법을 사용했다. 나아가 인간 행동이나 심리 영역에도 경제학적 분석이 침투했다.

경제학적 분석기법으로 출산문제를 바라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960년대 경제학 교과서는 사람들이 결혼해 자녀를 몇명 가질 것인가에 대한 내용까지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다. 서구 전통에서 발전한 경제학은 공리주의적 철학관을 갖고 있는데 이를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쾌락을 최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개념이 깔려 있다. 쾌락과 고통을 경제학적으로 바꿔보면 편익과 비용 혹은 이익과 손실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은 이익을 좇고 손실과 비용을 줄이는 것을 일상행위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인간 생애에 중대한 일인 결혼과 출산에도 편익과 비용을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관점에서 경제학적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부부와 자녀 두명을 일반적인 가족 형태로 여기던 때도 가족 구성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4인가족은 남성이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오고 여성이 이른바 ‘전업주부’로 가사일과 육아를 담당하는 가족 형태다. 4인가족의 강점은 가장이 벌어온 자원, 즉 돈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아·간병·청소·세탁 등 각종 가사노동을 전업주부인 여성이 가정 안에서 모두 해결함으로써 시장 의존도를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해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자녀가 성인이 된다면 부부의 생계 안정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되기도 했다. 자녀를 키우는 즐거움은 유희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4인가족 형태를 설명한 것은 점차 설득력을 잃는 모습이다.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던 가족 형태가 점차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과 출산을 하는 대신 자신만의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따지며 과거보다 시장화가 극대화한 현재에서 효율을 중시하는 가치가 덜 중요해졌을 리 없다. 현 상황도 경제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고정적인 성역할도 무너졌다. 남성과 여성 모두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자 소득을 얻는다. 이에 과거보다 더 많은 자원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더 많은 재화를 자녀와 나누기보다 자신을 위해 쓰고 싶어 한다. 이는 편익을 압도하는 비용 상승이 원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자녀 양육은 과거보다 더욱 복잡하고 길어졌다. 그에 비해 노동 시간 등으로 자녀를 양육하며 즐거움을 얻는 시간은 짧아졌다. 또한 과거에 비해 도시화한 수도권에 인구가 몰린 현상도 한몫한다. 도시에서의 높은 생활비가 결혼과 출산의 장벽이 되는 것이다. 즉 4인가족 형태로 얻는 편익보다 결혼과 출산·양육에서 드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편익은 높이고 비용은 줄여야 한다는 경제학 명제는 여전히 결혼과 출산 대책의 핵심이다. 대도시가 농촌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나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은 이에 경각심을 갖고 현상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히 젊은 세대만의 치기 어린 특성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를 관망한다면 한국은 인구문제로 인한 국가 위기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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