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을 운영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또 일손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주변 환경을 살피지 못했다. 가끔은 내가 봐도 좀 음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물탱크, 비닐하우스의 비닐, 어질러진 잡목들로 인해 오싹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했다.
그러나 3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꽤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냇물이 넘치지 않도록 쌓아둔 제방 구석마다 부모님이 작은 꽃모종을 심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몇년간 내게 한마디도 말을 붙이지 않던 무뚝뚝한 앞집 아저씨가 처음으로 말을 건 것도 무언가를 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안부가 아닌 꽃 이름을 물으면서였다. 농장에서도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공간은 더욱 신경 써서 꾸며둔다. 우리 농장 주변에 꽤 많은 전원주택들이 들어섰는데 집집마다 각자 사연을 담은 정원들이 만들어지면서 동네는 사계절 소박하지만 작은 꽃축제가 벌어지는 듯하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해당 제도는 2016년 3월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에서 언급됐으며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쳤다. 그리고 2019년 5개 마을에서 시작해 2022년 2월 기준 전국 25개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다. 농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토양, 용수, 대기, 경관·생활, 유산·생태 분야를 대상으로 농업환경 개선 및 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 혹은 공동체에 주민활동비를 지원해준다.
우리가 꽃을 키워내 공간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고 믿기에 내가 집중해본 분야는 농촌 경관 개선 분야다. 공동 공간을 관리와 청소, 꽃과 나무 심기, 빈집 및 불량시설 경관 개선 등의 활동을 진행하면 이에 따른 자재 실비 지원 및 참여 주민에 시간당 지원금이 제공된다.
사업 내용만 보면 굉장히 단순할 수 있다. 농촌에 꽃 심고, 나무 심을 공간이야 부지기수로 많고, 주변에 충분한 녹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 정부의 지원과 함께 주민들의 힘을 모으면, 마을 공동체 의식 제고와 부정적일 수 있는 농촌 경관을 더 아름답게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활동이 단순한 꽃길 조성 등 한계를 보인다는 연구 발표도 있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시작되는 단계이니 앞으로 진행되는 경관 개선 분야에는 정원 전문가와 함께하는 활동 등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혹은 우리처럼 꽃을 키우며 그 생리를 이해하고 있는 농민이 대표가 돼 함께 배우고 마을을 가꾼다면 더 많은 도시민들이 농촌 경관을 즐기러 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 지역도 더 체계적으로 사계절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이름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사업은 단순 볼거리 제공뿐 아니라 농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농업유산을 보전하는 데도 그 목적이 있는 사업이다. 부디 본 제도가 꼭 필요한 곳에서 활성화돼 제대로 된 농업환경이 보전되고, 다음 세대도 멋진 농촌 경관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이보현 (바이그리너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