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물가 상승’ 충격파 커
실질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
합리적 소비 어느때보다 필요
상품 처음 살땐 만족도 높아
계속 같은 것 사면 점점 감소
가격·마음 충족 균형 맞춰야
전세계가 물가상승으로 난리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공급이 감소하고,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회복하며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 증가는 미미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상품을 소비할 때 처음에는 큰 만족감을 느끼지만 계속 같은 상품을 사면 만족감이 점점 줄어든다. 예를 들어 무더운 여름날, 음료수 한잔은 꿀맛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 마시면 추가되는 만족감은 점점 감소한다. 이때 더해지는 만족감을 ‘한계효용’이라고 하고 한계효용이 점점 감소하는 현상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한다.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뷔페에서 좋아하는 음식만 먹진 않는다. 좋아하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돼 점점 맛없어진다. 어떤 음식을 얼마만큼 먹을 것인가는 각 음식의 한계효용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스파게티의 한계효용이 피자보다 크면 스파게티를 먹는 것이 현명하다. 뷔페는 어떤 음식을 골라도 추가 비용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음식의 한계효용을 똑같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 상품들은 가격이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피자는 2만원, 스파게티는 1만원이고 피자와 스파게티의 만족감은 각각 1만5000, 1만 수준이라고 하자. 스파게티의 만족감은 피자보다 적지만 스파게티의 1원당 만족감, 즉 1원당 한계효용은 1로 피자(0.75)보다 크다. 이런 경우 스파게티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스파게티를 계속 먹는다면 스파게티의 한계효용은 점점 감소한다. 스파게티의 1원당 한계효용이 피자 1원당 한계효용보다 크면 스파게티를 선택하고, 반대면 피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1원당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1원당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이 적용되는 예는 많다.
첫째, 물은 사용가치가 매우 높지만 가격은 낮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특정 목적에만 쓰여 사용가치가 낮지만 가격은 높다. 사용가치가 높은 물이 사용가치가 낮은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이 싼 현상을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이라고 한다. 물 한잔을 추가 소비함으로써 주는 한계효용은 적지만, 작은 다이아몬드 한개를 가짐으로써 얻는 한계효용은 매우 크다. 그래서 물 가격은 낮고, 다이아몬드 가격은 높아야 1원당 한계효용이 같은 현명한 소비가 된다.
둘째, 실손보험 가입 전에는 많은 의료비를 내야 하므로 병원 이용을 꺼린다. 반면 실손보험 가입 후에는 약간의 의료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가벼운 징후가 있어도 병원을 찾는다. 실손보험 가입 후에는 의료서비스의 1원당 한계효용이 커지므로 병원을 과잉 이용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셋째, 경제학적으로는 현금을 선물하는 것이 현명하다. 예를 들어 10만원 현금과 10만원 상당의 물건을 선물하는 경우를 각각 비교해보자. 현금은 언제 어디서나 10만원의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물건은 신중하게 골라도 선물 받는 사람의 마음에 완전히 들기 어렵다. 현금의 1원당 한계효용은 10만원 가치를 고스란히 가지지만 10만원 하는 물건은 사람에 따라 6만∼7만원의 한계효용을 나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소비위축이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또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려면 1원당 한계효용균등의 법칙에 따른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노상환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