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국경세’ 도입…한국농업, 대응방안 모색해야
입력 : 2022-07-15 00:00
수정 : 2022-07-14 14:47

감축 노력 미흡땐 수출 불이익

농산물은 아직 대상 포함 안돼

농업환경 개선 등 선제 노력을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농업분야에서도 관련 논의가 꿈틀댄다. 농업분야에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탄소 저감 노력 없이 생산한 농산물은 수출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내에서도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럽의회는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탄소국경세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미흡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일종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한 한 국가의 엄격한 환경정책이 다른 국가의 탄소 배출량 증가를 유발하는 ‘탄소 누출’ 문제를 막으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유럽의회에서 최근 통과된 법은 EU의 행정부 격인 EU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발의한 안보다 대상 품목이 크게 늘었다. 발의안에 담긴 철강·정유·시멘트·비료에 유기화학품·플라스틱·수소·암모니아를 추가했다. 제도 시행시기는 2027년으로 발의안의 2026년에서 1년 늦췄다.

당장 농업분야는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관련 논의가 시작돼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영 경상국립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농업분야 탄소국경세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 농업부는 탄소 저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값싼 외국산 농산물이 지속해서 수입되면 탈탄소화에 비용과 노력을 쏟는 자국 농민들의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해당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 전략은 새로운 보호주의”라면서 “(유럽이) 새로운 식량체계 기준을 국제 무역에 강요하면 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식량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도 “(유럽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덜 엄격한 정책을 펴는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농업분야 도입은 안갯속이지만 탈탄소화가 시대적 흐름인 만큼 우리도 대응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교수는 “현재 이뤄지는 수출 농산물 저탄소인증 라벨링이 사실상 탄소비용을 무는 제도인 만큼 농업분야 탄소국경세 도입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선제적으로 준비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비교우위를 점할지 아니면 탄소국경세 도입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국가와 궤를 같이할지 결정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바깥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 예로 우리나라가 참여를 공식화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도 ‘청정에너지·탈탄소’를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문한필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조정 메커니즘처럼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거나 생물다양성·산림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농식품에 대한 제재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건강한 농식품 생산과 농업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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