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 문장] ‘몽테뉴 수상록’
입력 : 2022-04-06 00:00
수정 : 2022-04-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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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률이 식탁이나 의복에, 미친 수작으로 낭비하는 것을 억제하려고 시도하는 방법은 오히려 그 목적에 반대되는 일로 보인다. 진실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황금과 비단 같은 것을 헛되고 쓸데없는 물건이라고 경멸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데 있을 것이다. (291쪽)



배금주의가 짙게 드리운 한국 사회가 안타까운 요즘이다. 이럴 때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몽테뉴의 저서 <몽테뉴 수상록(동서문화사)>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몽테뉴는 당시 귀족의 향락을 막으려고 법으로 검소한 생활을 강제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대신 금은보화와 사치스러운 의상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며 오히려 인생을 피폐하게 하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의 사상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볼까. 몽테뉴였다면 부동산 투기와 치솟는 집값을 잡으려고 법을 새롭게 만들고,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했을 것이다. 차라리 토지·집과 같은 물질적인 공간보다 가정이라는 따뜻한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각종 사회 문제를 법의 힘으로 강제하려는 시도도 마뜩찮은 마당에 언론에서는 과도한 부의 축적이나 사치를 선망의 대상으로 포장하니 통탄할 일이다.

‘잘난 척하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스웨그’, 돈 자랑을 뜻하는 신조어 ‘플렉스’와 같은 것들이 TV에 자주 나온다. 이런 언어는 물질만능주의를 미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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